잊을만 하면 또 터지는 연예계 도박사건 [연예인 도박, 그들은 왜?]

개그맨 이진호가 22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로 출석해 상습도박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22일 불법 온라인 도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개그맨 이진호가 연예계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대부업체는 물론 주위 연예인들에게도 돈을 빌려 채무 규모가 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스포츠 배팅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체육복권, 즉 스포츠토토뿐이다. 경마, 경륜, 경정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모두 불법 도박으로 처벌을 받는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스타들의 도박 사건이다. 남부럽지 않은 인기와 부를 누리는 이들이 불법에 손을 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의 진화, 불법도박의 전성시대 

 

과거에는 홍콩, 마카오, 태국, 필리핀 등 해외 원정 도박이 주를 이뤘다. 때문에 불법 자금을 반출시키는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가 대부분이었다. 얼굴이 알려져 있다 보니 도박장뿐만 아니라 공항, 호텔, 식당 등 이동 루트까지 공개됐다. 2000년대 들어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SNS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되며 국내외 도박 관광을 다니기 더 힘들어졌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도박을 하기엔 최적의 상황이 됐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가족과 매니저 등 타인의 명의로 인터넷 도박에 손댈 수 있는 세상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게임 방법이 간단하며 금전이 오가는 방식 또한 실물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다른 직군보다 인간관계가 폐쇄적이고 경쟁적인 환경도 이들이 도박의 유혹에 빠져드는데 한몫했다. 특히 도박 사건으로 주홍글씨가 새겨진 스타들은 한 회 방송 출연료와 행사 출연료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받는 이들이다. 그래서 도박의 규모가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부터 시작됐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베팅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개그맨 이진호가 22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로 출석해 상습도박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급증하는 우리 사회의 불법 도박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불법 온라인 도박 신고는 총 3만9082건이었다. 2019년(1만3064건)에 비해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불법 사행산업 감시활동도 1만60662건에서 4만8648건으로 약 3배 뛰었는데, 지난해는 전체 감시활동 중 불법 온라인 도박 신고가 무려 80.3%를 차지했다. 올해는 8월까지 불법 사행산업 신고가 3만2309건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은 1만1962건 ▲불법 카지노는 1만733건 ▲불법 온라인 도박은 9507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도박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10대 청소년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도박중독 치유 서비스를 이용한 10대 청소년은 2021년 1242명에서 2024년 2349명으로 늘었다. 도박 유형을 살펴보면 ▲불법 온라인 카지노 1319명 ▲사설 스포츠토토 211명 ▲불법 실시간 게임 140명 ▲기타 679명으로 나타났다.

 

민 의원은 “불법 도박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섰고 유명인은 물론 청소년에게도 스마트폰과 온라인 불법 도박이 급격하게 퍼지고 있다”며 “관계 당국은 감시 인력 충원 및 예산 증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인의 불법 도박, 강력 규제가 필요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사를 의뢰한 민원인은 “이진호는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으로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더 이상 대중문화예술계에 범법자들이 판을 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진호의 상습도박, 사기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연예인의 도박을 더이상 개인의 일탈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를 일으키고 짧은 자숙 기간을 거친 뒤 빠르게 복귀하는 이들의 모습이 대중에게 범법에 대한 낮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에 대한 방송 출연 활동 제재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뿐만 아니라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은 물론 중독을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인식, 치료와 근절을 위한 사회와 개인의 노력이 미진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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