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어디까지 왔나] 시민단체 '지역 불균형 해소' vs 노조 '전면 재검토'

지난 4월 부산 연제구 부산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시민사회단체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국회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경실련 제공

지난해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두고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산은의 부산 이전 얘기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처음 거론됐다. 당시 부산을 파생금융 특화 금융중심지로 지정했고, 이후 설립된 부산국제금융센터에는 기술보증기금, 한국은행 부산본부, BNK부산은행,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35개 기관이 입주했다. 

 

이후 큰 움직임은 없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지역균형을 발전시키기 위해 산은의 부산 이전을 내세우면서 지금까지 논의가 이어져 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행정 절차 등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산업은행법 4조1항에 ‘본점을 서울에 둔다’라고 규정돼 있어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완전한 이전은 불가능한 상태다. 

 

부산에서는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국회 입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는 지속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저출생·고령화와 지역소멸의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서울 거점 수도권에 대응하는 부산 거점 남부권 연계 발전 틀을 구축하기 위해 무엇보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특별한 쟁점이 없다는 것을 이미 21대 국회에서 공유했기 때문에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의 조속한 입법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은 일반법보다 상위에 있어 우선해 적용되며, 특정 지역, 대상, 행위에만 해당된다.

 

이들은 국책은행인 산은이 부산으로 오면 수도권에 집중된 지역 불균형과 지방 인구 감소가 나아지고 일자리 또한 창출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타당한 증거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2022년도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용역사업에서 한은 부산 이전의 당위성과 해결방안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었다.

 

보고서에서는 산은 등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촉매제 역할을 해 무역을 중심으로 한 기업과 시너지 효과로 지역 간 균형 개발이 실현될 것이라고 봤다. 또 현재 추진하고 있는 ‘부산항 북항재개발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1단계에 있는 북항재개발 사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약 19조8000억원으로, 고용창출 효과는 약 6만4000명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는 조건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1단계 사업 준공이 3년 후로 다가왔지만 교통, 상업시설, 부실시공 논란 등으로 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같은해 부산시 산하 부산연구원의 보고서에서도 산은 본사 건설과 운영에 따른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생산유발 효과는 2조4076억원이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5118억원, 취업 유발 효과는 3만6863명으로 분석했다. 

 

현재 여당과 금융당국은 산은의 부산 이전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서울시와 산은 노조 등은 반대에 맞서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산은 노조)는 서울 여의도 본사 앞에서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천막 농성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 제공

산은 노동조합이 지난해 7월 한국재무학회에 의뢰해 나온 보고서에서는 향후 10년간 산업은행 수익이 6조5337억원 줄고, 4702억원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은 고객 기업의 본사 70%가 수도권에 있어 부산 이전 시 비효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직원들의 이탈률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은 부산 이전의 논의가 시작된 2022년에는 97명, 지난해에는 87명의 퇴사자가 나왔다. 2020~2021년 20~30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두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산은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부산에 남부권본부를 신설하고 직원 30여명을 부산 등 남부권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포함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노조는 불법 조직 개편이라며 반반했고, 부산 이전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지난달 19일부터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천막 농성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월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의에서 “산은 고객 대부분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고,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가장 적격한 요건을 가진 곳이 서울이다”며 “산은이 서울에 계속 서울에 존치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금융 허브를 여러 군데로 나누는 나라는 없다”고 여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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