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막 여는 겨울스포츠] 나란히 맞는 대격변, ‘재미’와 ‘공정’… 두마리 토끼 잡아라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위원 및 심판진이 비디오판독을 위해 경기 리플레이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기대감은 살리고, 우려는 씻어내야 한다.

 

남자프로농구(KBL)와 남녀부 프로배구가 19일 개막전으로 나란히 기지개를 켠다. 큼지막한 변화가 팬들을 기다린다. 리그 컬러를 송두리째 바꿀 규정 변동이다. KBL은 ‘하드 콜(Hard call)’을 공식적으로 천명했고, 한국배구연맹(KOVO)은 국제 룰과의 통일을 위해 비디오 판독 규정 변화를 단행한다. 새 시즌 핵심 관전포인트다.

 

◆‘Hard call’

유재학 KBL 경기위원장(오른쪽)이 심판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KBL 제공

 

농구에서의 ‘소프트 콜(Soft call)’과 ‘하드 콜’은 경기를 관장하는 심판의 성향을 뜻하는 용어다. 작은 신체 접촉에도 곧장 휘슬을 부는 게 소프트 콜, 거친 몸싸움에도 좀처럼 파울을 선언하지 않는 게 하드 콜이다.

 

유재학 신임 KBL 경기본부장이 바로 그 하드 콜을 기치로 내걸었다. “몸싸움을 관대하게 허용하겠다”며 “억지스러운 동작으로 파울을 이끌어내 경기 흐름을 끊는 행위도 묵과하지 않겠다. 하드 콜을 정착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툭하면 멈추는 경기 호흡을 붙잡아 팬들이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하려 한다. 둘째로, 소프트 콜에 익숙해진 한국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의 거친 몸싸움에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을 막아볼 심산이다.

 

걱정은 있다. 공정성, 일관성의 문제다. 소프트·하드 콜은 정량적으로 구분되는 게 아니다. 철저히 심판 개인의 몫이다. 리그 기조는 하드 콜로 설정되겠지만, 심판의 이름 혹은 심지어 같은 심판이라도 경기 상황에 따라 휘슬의 역치가 달라질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서 “소프트, 하드가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페어 콜(Fair call)’이 필요한 때”라는 토로가 쏟아진 배경이다. 시즌 내내 그 ‘기준’을 찾기 위한 아픈 시행착오가 예고됐다. 

 

◆‘중간랠리’

한국배구연맹(KOVO)의 최재효 심판위원장이 2024 심판아카데미에서 한자리에 모인 심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KOVO도 대격변을 시도한다. 세트당 1회였던 각 팀 비디오판독 기회를 2회로 늘린다. 핵심은 판독 종류의 세분화다. 그동안은 랠리 도중 포히트, 네트 터치, 안테나 터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최종 랠리가 종료되고 판독에 들어갔다. 이제는 판독 신청이 있다면, 곧장 랠리를 멈추고 상황을 돌려본다.

 

최재효 KOVO 심판위원장은 “곧장 판독에 들어가면 소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또 바로 상황을 짚고 넘어감으로써 쓸데없는 감정 소모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무엇보다 이게 국제배구연맹(FIVB) 룰이라는 게 핵심이다. 국내대회와의 환경 차이를 줄여 선수들의 유연한 국제무대 적응을 돕고자 함이다.

 

역시 우려는 있다. 속공 혹은 네트플레이 과정에서 중간-최종랠리 구분이 찰나에 이뤄질 경우, 랠리가 끝나면 중간 랠리 판독은 요청할 수 없다는 신설 규정으로 인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판독 신청 타이밍과의 저울질에서 심판 개인의 판단이 들어갈 수도 있어, 충분히 공정성 시비가 불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심판이 그린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신청 횟수까지 늘려놓은 마당이라 경기 흐름이 끊기는 건 당연하다. 실제로 지난 컵 대회에서 감독들은 상대 분위기에 제동을 걸기 위해 눈에 보이는 정심에도 일부러 비디오판독을 소모해 상대 호흡을 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규정에 어긋나는 건 없어 마땅히 제어책은 없다.

 

그 보완책으로 그린카드 제도도 도입했다. 판독 상황에 대해 자진 신고하는 선수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포상이다. 그린카드 데이터는 추후 정규리그 페어플레이상 선정에 사용된다. 다만 이 정도 보상으로는 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과 재미의 갈림길에 선 KOVO도 시즌 초반, 규정 정착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 전망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