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3 프리뷰] ‘벼랑’이 된 잠실… 밀어야 하는 삼성-버텨야 하는 LG, 누가 웃을까

2024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 투수로 낙점된 삼성 황동재(왼쪽)와 LG 임찬규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사진=삼성라이온즈 및 LG트윈스 제공

 

끝내고 싶은 팀과, 끝낼 수 없는 팀이 부딪힌다.

 

22년 만에 포스트시즌(PS)에서 마주친 LG와 삼성. 그들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가 이른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 삼성이 대구 1~2차전을 모두 챙겼기 때문. 역대 5전3선승제 PO에서 첫 2연승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83.3%(15/18)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삼성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3차전에서 마지막 1승을 노린다. LG도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안방에서 모든 걸 걸고 반격을 꿈꾼다.

 

◆밀어야 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삼성은 대구에서 압도적인 공격력을 뽐냈다. 2경기서 장단 28안타, 8홈런으로 20득점을 뽑아냈다. 팀 홈런 1위(185개)의 위엄이었다. 르윈 디아즈(3홈런)를 필두로 김헌곤, 김영웅(이상 2홈런), 구자욱(1홈런)이 힘을 보탰다. 5홈런이 쏟아진 2차전은 2009년 PO 5차전에서 6홈런을 찍은 SK의 뒤를 이어 역대 PS 한 경기 팀 최다 홈런 공동 2위로 역사에 새겨지기도 했다.

 

3차전 역시 홈런이 핵심이다. 변수는 있다. 타자 친화 구장을 떠나 대척점에 선 곳에서 경기를 펼친다. 잠실의 좌·우중간 펜스 길이는 120m로 대구의 107m와 차이가 크다. 실제로 삼성은 올해 119홈런을 대구에서 뽑았다. 가장 많은 원정을 치르는 잠실에선 11개에 그쳤다. 그 벽을 넘을 수 있는가에 삼성의 마침표가 걸린 셈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잠실은 구장이 커서 경기 운영을 다르게 해야 한다. 여러 상황에 맞춰 작전을 구사하고, 뛰는 야구도 해야할 것”이라는 계획을 귀띔하기도 했다.

설상가상 팀 내 홈런 1위 구자욱(33개)이 2차전에서 좌측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을 당해 남은 시리즈 출전이 힘들다. 3차전 선발 황동재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유다. 풍성한 득점 지원이 없다면, 마운드의 짠물 투구가 중요해진다. 박 감독이 왼손 이승현과의 긴 저울질 끝에 택한 카드인 만큼 화답하는 피칭이 필요하다. 올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5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4.07(42이닝 19자책점)을 기록했다. LG전은 한 번 치러 1이닝 무실점을 거둔 게 전부다. 2001년생의 젊은 투수가 부상 이탈한 외인 1선발 코너 시볼드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무대를 얼마나 즐기느냐가 관건이다.

 

◆버텨야 한다

염경엽 LG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벼랑 끝에 몰린 LG는 삼성의 불방망이를 견뎌야 한다는 미션을 받았다. 1∼2차전 선발은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최원태(3이닝 5실점), 손주영(4⅓이닝 4실점) 모두 고개를 떨궜다.

 

구원자로 나설 임찬규의 손끝에 팀 명운이 걸린 배경이다. 그가 가장 믿고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은 다행이다. 임찬규는 KT와의 지난 준PO에서 2승, 평균자책점 1.59(11⅓이닝 2실점)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지면 끝나는 5차전도 퀄리티스타트(6이닝 1실점)를 펼쳐 빅게임 피처 면모도 보여줬다.

 

올해 삼성 상대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22(10⅔이닝 5자책점)를 기록했다. LG 입장에서 반가운 건, 그가 삼성전 피홈런이 없다는 점이다. 준PO에서 증명한 춤추는 체인지업과 커브가 드넓은 잠실과 만나 상대 대포를 제어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전망이다.

 

타선의 분발도 필요하다. 삼성의 공격력에 마운드가 초토화되는 사이, 타자들까지 침묵하며 초전박살 당했다. 이번 PO 8타수 1안타에 그치는 ‘타점왕’ 오스틴 딘의 부활이 절실하다. 1∼2차전에 걸쳐 홈런 손맛을 본 오지환, 김현수, 박해민 등 베테랑들의 솔선수범이 기적의 시발점이 돼야 하는 LG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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