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스틸러 김윤수, 삼성 불펜에 단비 “짜릿했어요”

사진=이혜진 기자

“짜릿하더라고요.”

 

우완 투수 김윤수(삼성)는 프로데뷔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150㎞대 빠른 볼을 갖추고 있다. 강력한 구위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타입이다. 다만, 고질적인 제구 문제를 풀어야 했다. 2020년 12개의 홀드를 올렸지만 기복이 있었다.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자 했다. 지난해 1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그해 4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매달렸다. 올해 퓨처스(2군)리그 20경기서 9승4패 평균자책점 2.85를 찍었다.

 

부담이 컸던 탓일까.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전역 후 김윤수는 다소 헤맸다. 정규리그 기준 1군 4경기서 평균자책점 10.13에 그쳤다. 김윤수는 “팬 분들이 많다 보니, 긴장이 많이 됐던 것 같다. 가지고 있는 밸런스도 많이 흐트러졌다”고 돌아봤다. 삼성이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엔트리 합류를 자신하기 어려웠다. 김윤수는 “걱정을 많이 했다. 후반에 조금씩 회복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운 좋게 엔트리에 발탁됐다”고 말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신 스틸러(단 한 장면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가 따로 없었다. 1차전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7회 초 2사 1,2루 위기였다. 마운드에 올라 오스틴 딘을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한 구 한 구 던질 때마다 관중석에서 감탄소리가 나왔을 만큼 힘을 실린 투구였다. 김윤수는 “팬들의 함성소리를 들었다”면서 “더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막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짜릿했다”고 활짝 웃었다.

 

피칭만큼 화제가 된 것은 등판 장면이다. 불펜서 마치 김태훈에게 멱살을 잡혀 끌려나오는 듯한 모습이 포착된 것. 주변 지인들에게 수많은 영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김윤수는 “당시 주변이 (팬들 함성소리로) 잘 들리지 않았다. 다들 분주한 상황서 (김)태훈이 형이 확인시켜주고자 한 것인데 카메라에 그렇게 잡혔다”고 멋쩍어했다. 전달과정이 원활하진 않았지만 다행히 미리 몸을 풀고 있었다. 김윤수는 “다행히 마운드엔 잘 올라갈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스타트를 잘 끊었다. 자신감이 커진다. 착실히 준비해왔던 결과다. 김윤수는 “부족한 제구력을 보완하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일단 직구가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신경을 썼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동료들에 대한 신뢰도 크다. 불펜을 약점으로 꼽는 외부 시선에 대해 “올 시즌을 성적을 보면 불펜진 성적이 꽤 좋다. 선배님들이 잘 버텨주셨기 때문에 약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타이트한 경기도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 삼성은 ‘반전’을 꾀했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하위권으로 분류하는 이들이 많았다. 보란 듯이 정규리그 2위를 마크했다. 이번 포스트시즌(PS)을 앞두고도 물음표가 컸다. 코너 시볼드, 백정현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시즌 내내 궂은일을 해냈던 최지광은 수술대에 올랐다. 베테랑 오승환은 구위 저하로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김윤수가 가을야구라는 큰 무대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다면 삼성이 바라는 곳으로 한층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대구=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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