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엔블루 “‘X’는 20집 위한 시작…오래돼도 멋있는 밴드 되고파” [스타★톡톡]

14일 미니 10집 'X'로 컴백한 밴드 씨엔블루.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도입부부터 심장을 뛰게 하는 ‘외톨이야’가 발매된 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풋풋한 청년들은 어느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 국내 밴드 음악의 붐, 그 시작점에 있었던 씨엔블루가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한 밴드 사운드를 담아냈다. 

 

14일 오후 6시 공개되는 미니10집 ‘X’는 씨엔블루가 3년 만에 발표하는 신보다. 컴백에 앞서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정신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만이다. 15년 차 가수답게 알맹이 있는 앨범으로 돌아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민혁은 ‘외톨이야’로 활동한 데뷔 당시를 떠올리며 설렘을 전했다. 정용화는 “10집은 20집을 위해 달려가야 할 시작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다”는 컴백 소감을 밝혔다. 

 

국내 밴드계를 대표하는 그룹이지만 완전체 앨범 활동은 오랜만이다. 새로운 투어에 접어들면서 하반기로, 내년으로, 또 그 다음해로 앨범 발매 계획은 미뤄졌다. 지난해 씨엔블루로서 페스티벌 등 무대에 서면서 분위기가 형성됐고, ‘더 늦으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모여 ‘X’를 만들었다.

14일 미니 10집 'X'로 컴백한 밴드 씨엔블루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차가 쌓일수록 음악적 고민도 더 깊어진다. 조율해야 할 부분도, 타이틀곡 선정도 어느 하나 대충 넘어갈 수가 없었다. 정용화는 “항상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한때는 신나는 느낌을 우선했는데, 이번엔 원초적인 밴드 사운드가 많이 들어가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예정보다 더 늦어졌다”고 작업 후기를 전했다. 

 

화려한 밴드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타이틀곡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A Sleepless Night)’는 하상욱 시인의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의 구절을 인용했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기억과 추억, 그리움이 맴도는 상황을 담은 곡이다. 

 

작사, 작곡에 참여한 정용화는 “가을이니 발라드곡을 써야 하나 더 신나는 노래를 해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민하던 그의 눈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건 시인 하상욱의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라는 시의 한 구절이었다. 보는 순간 곡의 리듬과 멜로디를 떠올렸다. 

 

정용화는 “기억에 남게 하기 위해 캐치한 곡을 쓰는 편이다. 제목이나 단어보다는 리듬이 기억에 남는 곡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쓴 곡들은 리듬보단 특정 단어에 집중됐다면, 이번엔 그 반대의 곡을 썼다. ‘들었을 때 좋은 음악’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정신의 귀에도 딱 꽂혔다. 드러머 강민혁에게는 어떤 식으로 녹음하고 표현해야 할 지 고민이 앞섰다. 매력적인 리듬이 더 강렬하고 재밌게 전달될 수 있도록 드럼 사운드에 대해서도 어필을 많이 했다.

14일 미니 10집 'X'로 컴백한 밴드 씨엔블루 강민혁.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리움에 관한 곡인 만큼 멤버들도 그리움의 대상, 그리고 그리운 시절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강민혁은 “과연 내가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건지, 그 사람과의 추억이 그리운 건지 나도 한 번쯤 되새겨 본다.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인 것 같다”며 “그리움의 과정이 잘 표현된 곡이다. 듣는 분들도 한 번쯤 떠올려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정신에게는 15년 전 데뷔 활동이 ‘그리운 때’다. ‘외톨이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당시의 활동에 대해 이정신은 “스무살의 나이에 잠도 못 자고 거친 연예계 생활을 처음 맛봤다활. 동은 너무 바빴지만 기억이 별로 없다. 첫걸음마를 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하며 “‘외톨이야’가 너무 잘 돼서인지 지금도 기준이 높은 것 같다”고 답했다.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의 주연으로 가수보다 배우로 먼저 얼굴을 알린 정용화는 “노래를 빨리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사람 많은 홍대에 가서 차 창문을 열어놨었다. 반응이 좋았다”고 순수했던 그 날을 떠올렸다. 

 

2010년 1월 ‘블루토리(Bluetory)’로 데뷔한 씨엔블루는 ‘외톨이야’로 데뷔 15일 만에 음악방송 1위에 올랐다. 돌이켜보면 가장 순수하게 음악했던 시절이었다. 정용화는 “데뷔를 언제 하지 고민하면서도 멤버들끼리 재밌게 합주하면서 순수하게 음악을 즐겼다”고 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과거지만 자부할 수 있는 건 그때도 지금도 ‘음악을 대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다는 굳은 믿음이다. 멤버들이 꼽은 ‘장수의 비결’이기도 하다. 

 

데뷔부터 주목받은 이들은 15년간 ‘씨엔블루다운’ 음악을 이어왔다. 씨엔블루가 밴드로서 공백기를 가진 지난 3년간 국내 대중 음악계는 ‘밴드 붐’이라 불릴 정도로 밴드 음악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데이식스, 루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QWER 등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밴드 음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밴드 음악’이 강렬한 메탈 음악으로 대표됐다면, 이제는 밴드 음악 안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나뉘었다. 대중의 음악적 취향도, 이해도도 더 넓어졌다. 정용화는 “(밴드 음악)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시기가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더 열심히 활동하게 된다”고 답했다. 

 

강민혁은 음악 문화의 발전을 이유로 꼽았다. “데뷔 시절과 비교하자면 너무 바뀌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밴드 문화와 음악 산업의 성장이 한 번에 몰려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2013년 사비를 들여 라이브 무대를 꾸몄던 때는 시기상조였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그는 “당시엔 그게 라이브인지 아닌지 관심이 없었던 것 같지만, 이젠 음악사업의 성장이 밴드 음악의 인기를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14일 미니 10집 'X'로 컴백한 밴드 씨엔블루.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그 당시’ 음악방송은 핸드싱크가 당연했다. 밴드라 할지라도 날 것의 모습보다는 깔끔하게 차려입은 수트와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비주얼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라이브를 위한 세팅을 하기에는 환경이 녹록지 않았지만, 밴드 음악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으로 조금씩 바꿔보고자 사비를 털어 라이브 무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편견 어린 시선과 비난이었다. 그래도 굽히지 않고 시상식, 생방송 등에서 라이브 무대를 하고자 노력했다. 정용화 역시 “지금처럼 유튜브가 활성화된 것도 아니어서 라이브를 보여줄 무대가 많이 없었다”고 당시 환경을 언급하며 “데뷔 초 우리를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아서 해외에서 더 유명해져서 돌아오자고 생각했다. 이제 그런 시대가 온 것 같아서 설렌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공연하며 핸드싱크의 설움을 해소하고 있는 동안 ‘씨엔블루는 어차피 불러도 안 올 거다’, ‘라이브가 아니면 못 부른다’는 선입견이 생겨났다. 이를 깨고자 했지만 투어를 돌고, 군대에 가고, 다시 투어를 돌다 보니 어느덧 지금의 상황에 놓였다. 

 

“계략이 틀렸다”고 허탈하게 웃어 보인 정용화는 “그래서 이번엔 확신을 가지고 활동에 나섰다. 일단 보여주면 무조건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완성된 때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 라이브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고 자신했다. 

 

라이브 무대를 만나면 비로소 그 진가가 발휘된다. 해마다 더 다양해지는 공연 문화도 밴드의 설 자리를 많아지게 했다. 씨엔블루도 올해 각종 록 페스티벌과 대학 축제에 서며 라이브 강자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신곡도 라이브 무대를 통해 먼저 선보였다.

14일 미니 10집 'X'로 컴백한 밴드 씨엔블루 이정신.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정신은 “TV에서 보던 것보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지는 것 같다. 내년엔 더 많은 곳에서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임기응변도 강해지고 ‘오히려 좋아’라는 생각도 든다. 아직 우리를 잊지 않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 히트곡이 있다는 게 장점이구나 싶기도 하다. 우리 음악에 호응해주시면 우리도 에너지를 받는다”라고 라이브 무대의 매력을 전했다. 

 

본격적인 컴백 활동에 앞서 씨엔블루는 “‘오래돼서 멋있다’보단 ‘오래돼도 멋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바랐다. 15년 동안 활동했지만 여전히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해외 유명 밴드들의 활동은 씨엔블루에게도 자극제가 된다. 멤버들은 “빨리 변하기보단 오래될수록 멋있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밴드가 설 수 있는 무대도 많아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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