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멘토’ 백종원이 열고 ‘반전셰프’ 안성재가 닫았다 [흑백요리사의 파급효과]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100인의 셰프에 앞서 ‘흑백요리사’의 최고를 가릴 두 심사위원의 신뢰도가 중요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핵심이 된 백종원 대표와 안성재 셰프를 두고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이라고 소개했다. 

 

요식업 일인자로 꼽히는 백종원은 방송인이자 더본코리아 대표로 국내 외식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외 브랜드만 20여 개, 직/가맹점은 2700여 개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미식·요리 관련 예능 프로그램도 다수다. ‘한식대첩’ 시리즈의 심사위원으로 나서 참가자들의 요리를 평가하며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백종원 대표는 대중성에 큰 비중을 뒀다. 팀 미션에서 수거된 그릇에 남겨진 잔반을 확인한 모습은 그가 ‘요식업 대가’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줬다. 심사력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백 대표는 이를 인식한 듯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은 내가 저렴한 음식만 먹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다양하게 많이 먹고 경험해봤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음식의 향과 맛을 가지고 참가자들의 의도를 귀신같이 맞춰 직접 언급해주는 것은 백 대표였다. 프렌치 장어 계란찜에 활용된 ‘사바용’을 정확하게 맞췄을 때 요리하는 돌아이의 놀란 표정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백 대표가 자신의 의도를 알 수 있을까 우려한 트리플스타의 요리를 정확히 평가해낸 것 또한 백 대표였다.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이제 ‘방송인’ 타이틀이 붙은 ‘국민 요리 멘토’ 백 대표와 달리 안성재 셰프는 대중에게 새로운 인물이었다. 백종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셰프, 그가 운영하는 모수서울은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이다. 모수는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오픈한 이후 2017년 서울로 확장했다. 2019년 미슐랭 1스타, 2020년 2스타에 이어 지난해 3스타를 받았다. 미슐랭 3스타는 빈틈없이 ‘퍼펙트’ 해야 한다. 최현석 셰프는 안성재 셰프에 대해 “미슐랭은 ‘그 요리를 먹기 위해 그 나라를 방문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 셰프의 미슐랭 3스타는 대한민국 미식계(수준)를 높여놨다”고 평가했다.

 

안성재 셰프는 ‘(요리가) 내 기준에는 맞지 않았다’는 심사평을 자주 했다. 처음엔 그 ‘기준’이 궁금했지만, 보면 볼수록 그가 세운 ‘기준’에 믿음이 갔다. 재료, 조리, 식감, 익힘 정도까지 모든 점을 고려해 ‘완벽’을 기준으로 심사해 긴장감을 형성했다.

 

나아가 ‘맛’을 중심으로, 재료의 쓰임새와 요리의 간을 고려해 평가를 했다. 나아가 참가자의 배경 등을 고려해 평가 기준을 세웠다. 참가자가 파인다이닝다운 메뉴를 내놓으면 그에 걸맞은 평가 기준을 내세웠다. 반면 급식대가의 메뉴 앞에서는 초등학생처럼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오늘 메뉴는 뭔가요?’라고 질문을 던져 반전매력을 보여줬다. 심사는 누구보다 날카로웠기에 그를 웃게 한 몇몇 장면들은 이미 ‘밈’화 됐다.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최고 레스토랑의 오너인 그의 성장기에도 관심이 쏠렸다. 부모님을 따라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했고, 미국에 복무하며 자동차 정비사를 꿈꾸다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기까지 파란만장한 과거도 화제가 됐다. ‘백수저’를 대표하는 인물로 보이지만 사실은 ‘흑수저’로 시작해 지금의 모수를 만들게 된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음식의 맛만으로 평가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도 ‘흑백요리사’가 자랑한 룰이었다. 두 심사위원은 검은 안대를 쓰고 한 가지 재료로 각기 다르게 만든 흑과 백 참가자의 음식을 맛봤다. 안대를 쓰고도 식재료와 조리법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는 두 심사위원이었지만, 안대를 벗고 화들짝 놀라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투표 결과가 1대 1로 나올 경우, 결국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도 치열했다.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짚고 진행한 ‘무한 요리 지옥’ 심사도 이견이 있는 듯했으나, 결국 서로 조율해 하나의 결과를 도출했다. 만장일치를 전제로 한 에드워드 리와 나폴리 맛피아의 마지막 대결 ‘이름을 건 요리’에서는 마침내 두 심사위원의 의견이 맞아 떨어져 전율을 선사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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