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19일 출생통보제와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를 동시에 시행한 가운데 제도 시행 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두 제도는 지난해 6월 수원 영아사망사건 발생 이후, 출생 미등록 아동 발생을 방지하고 아동을 보다 빈틈없이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출생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개인에게 맡겨졌던 출산과 출생 등록, 보육 등을 국가가 책임지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면 아동의 출생 사실과 출생 정보를 바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그동안 부모에게 온전히 맡겨져 있던 출생등록을 의료기관에서도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사실이 주변에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일부 임산부들이 의료기관 밖에서 아동을 출산하고 유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호출산제도 함께 도입됐다.
보호출산제는 경제적·사회적 상황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위기임산부가 불가피한 경우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하고 출생통보까지 할 수 있도록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제도다. 다만 보호출산제는 임산부에게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보호출산을 고려하기 전에 직접 아동을 양육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는 상담체계를 구축했다.
전국에 16개의 상담기관이 설치돼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분절적으로 제공되던 임신·출산·양육 관련 상담 지원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위기임산부가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용 상담 전화 1308번을 개설했으며, 카카오톡 ‘위기임산부상담’ 채널에서도 비밀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정보 취약계층 위기임산부도 상담기관을 알고 찾아올 수 있도록 찾기 쉬운 장소인 약국, 산부인과 병원, 보건소, 대학교 상담센터, 가족센터 등 민간 협력을 통해 상담·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두 달간 423명의 위기임산부에게 1257건의 상담이 이뤄졌고,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은 29명이다. 관련 예산도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증액한 결과 52억원이 반영됐다.
해외에서도 아동 보호의 사각지대를 예방하기 위해 보호출산제 또는 유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2014년부터 신뢰출산을 도입해 2018년까지 5년간 2249건의 상담 및 536건의 출산이 이뤄졌다. 베이비박스 아동이 해마다 약 30건씩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
프랑스는 임신·출산의 비밀을 요구하는 여성들에 대한 보호와 비밀준수를 오래전부터 유지해왔다. 익명출산의 토대가 되는 법률은 1941년에 제정했으며 전적으로 모(母)의 의사에 따라 익명출산 사실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매년 약 600여 건의 익명출산이 이뤄지고 있다. 부모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매우 제한적이다.
우리나라의 보호출산제는 독일 신뢰출산과 프랑스 익명출산의 중간적 성격이다. 모의 ‘사생활 보호 권리’와 아동의 ‘자신의 뿌리를 알 권리’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위기임신 지원 및 보호출산제 도입은 공적 체계에서 위기의 임산부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며 “체계적인 상담을 받고, 안심하고 병원에서 출산해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더 많은 산모와 아동의 생명을 지키고, 위기임산부 분들이 자녀를 직접 양육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