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한강의 ‘노벨 문학상’, 단순히 ‘업적’으로만 정의할 수 없어

“비가 올 것 같아.”

 

글을 써보겠다는 나에게 전유성 선생님께서 남부터미널 앞에서 사주신 책인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첫 문장은 그렇게 시작됐다. 묘한 첫 문장이었다. 한 문장 안에 모든 책의 내용을 다 표현한 것 같았다. 앉은 자리에서 책을 모두 읽어버리고 난 후의 느낌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렇게 난 한강 작가에게 스며들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에게 노벨문학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그 누구보다 기뻤고 노벨문학상 작가의 책을 우리는 처음으로 원어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영광까지 더불어 얻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사뿐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 있어 충격적일 정도로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오랜 숙원이기도 했고 한국 문학이 오랫동안 국제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상황 속에서, 한강의 수상은 한국 작가들이 지닌 문학적 깊이와 세계적인 공감대를 확실히 입증한 순간이었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한 개인의 업적을 넘어 한국 문학 전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결정적인 순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노벨문학상은 단순히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상이라고 표현하기는 부족하다. 그것은 한 작가가 얼마나 깊이 있는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그 문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는지를 평가하는 상이다. 한강은 이러한 평가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작가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고통이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다. 독자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에 맞닥뜨리게 되고, 이는 한강 문학의 힘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한강 작가의 문학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탐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고통, 상처, 그리고 회복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한국 문학은 이제 세계 문학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강은 그 중심에 서 있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영예를 넘어 한국 문학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건이고 이제 한국 문학은 더 이상 지역적 한계를 가진 문학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한강은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과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의 문학적 성취는 한국 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이 국제무대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작품을 통해 인간이 겪는 고통과 상처,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존엄성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될 작품들을 앞으로도 기대할 것이고 당신의 작품이 우리에게 던져줄 질문들,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낼 답들을 기대하며 한국 문학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여정을 함께 응원하겠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