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올라가는 시간만큼은, 팀을 위해 던진다는 생각입니다.”
2024시즌 KBO리그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가 투혼으로 물든다. 최종전에 이른 승부, 누구도 양보할 수 없다. 정규시즌에는 상상할 수 없는 빈도의 등판이 펼쳐지는 이유다. KT 고영표가 그렇다. 시즌 막바지 순위 결정이 걸린 경기들부터 SSG와의 5위 결정전, 준PO 1차전(4이닝 1실점), 4차전(3⅓이닝 1실점)까지 보직 불문 마운드를 밟는 중이다. 영양가도 말할 것이 없다.
또 한 번, 등판을 준비한다. 휴식일을 감안하면 말도 안되는 등판이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체력 이슈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정신력 싸움 아니겠는가. 안 힘들다고 생각하고 임하려 한다”고 고영표가 밝게 웃는 이유다.
고영표의 인터뷰가 한창인 가운데, 이강철 KT 감독이 그곳을 지나갔다. 특유의 너스레도 함께였다. “(고)영표 오늘 3이닝 던진다며? 소문 다 났던데”라고 먼저 웃음을 건넸다. 그러자 고영표는 “그거밖에 안 던집니까?”라고 되물으며 스승 못지 않은 초강수를 띄워보내기도 했다.
고영표는 이내 다시 취재진에게 “일단 (경기에) 나갈 거라면, 조절하고 이런 생각 보다는 나가서 어떻게든 잘 한다는 생각만 하려 한다”며 “‘어느 정도만 해야겠다, 힘드니까 쉬어야 겠다, 안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플레이가 어정쩡하고 어설프게 나온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시간만큼은 팀을 위해 던진다고 생각을 하니까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힘이 있을 때까지, 잘 던진다면 3이닝이든 몇 이닝이든 제가 마무리 해도 좋다. (지난 경기 투구수나) 그런 것들은 아예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다. 나가게 된다면, 감독님이 그만큼 믿고 기용을 하시는 거니까. 그 믿음에 맞게 마운드에서 던지겠다. 어떤 조절을 하고 싶지는 않다”는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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