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기다린다는 누군가···KT 김상수, 친정팀과 맞대결 바라본다

사진=KT 위즈 제공

 “대구에서 보자고 하더라고요.”

 

 한때 동료였던 이들이 적이 되어 대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베테랑 내야수 김상수(KT)가 하루빨리 대구행 티켓을 끊고 싶은 이유다. 2022년까진 파란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아 2022시즌까지 무려 14시즌 동안 삼성의 남자로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2023시즌부턴 유니폼을 갈아입고 KT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상수가 그리는 그림은 ‘김상수 더비’다. LG와 치열하게 치르고 있는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에서 이기면 ‘친정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가 펼쳐진다. KT는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춘 채 11일 열릴 5차전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팽팽한 준PO를 치르는 동안 김상수의 스마트폰에 진동이 울렸다. 날아온 메시지는 대구에서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상수는 “삼성 선수들과 연락했다. 대구 와서 보자고 얘기했다”며 “그래서 최대한, 최선을 다해서 가겠다고 애기했다”며 웃었다. ‘어떤 선수와 연락했냐’는 질문엔 “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진=KT 위즈 제공

 매번 벼랑 끝에서 살아난 만큼 PO에 올라갈 자신감은 충분하다. KT는 올해 KBO리그에 새역사를 썼다. 사상 최초의 5위 결정전에서 극적인 승부로 SSG를 제압한 데 이어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두산에게 2연승을 거뒀다. 5위 팀이 4위를 꺾은 최초의 순간이었다. 김상수는 “우리끼리 장난으로 ‘마법, 마법’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이상(?)하게도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끔 가는 것 같아서 말도 안 되는 경기들을 계속했던 것 같다”며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순위였다. 오히려 쫓기는 쪽은 위쪽에 있는 팀 아닐까. 우리는 편하게 하려고 하고, 자신감 얻으니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고 새역사의 비결을 설명했다.

 

 사실 김상수는 동료들이 마법을 부리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시즌 막판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다가 준PO 2차전에 복귀했기 때문. 공백이라는 미안함에 벤치에서 더욱 목소리를 높여 응원했다. 김상수는 “사실 경기를 못 뛸 때는 몸이 근질거리기도 했다. 근데 팀이 계속 좋은 분위기로 가고 있으니 옆에서 파이팅을 불어넣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벤치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거였다”고 말했다.

사진=KT 위즈 제공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다. 이강철 KT 감독은 “손가락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준PO 4차전에선 선발 명단에서 빠지기도 했다. 대신 대타로 9회말 그라운드를 밟았다. 첫 타석에서 중전 안타를 때렸고, 11회말 두 번째 타석에선 자동 고의4구로 걸어나갔다. 이후 황재균의 희생번트와 배정대의 안타로 만들어진 2사 만루에서 심우준의 끝내기 내야 안타에 김상수는 홈을 밟으며 KT의 6-5 승리에 기여했다. 이제껏 그랬듯 앞으로도 의젓한 베테랑의 모습으로 경기장에 들어설 것이라는 게 김상수의 의지다. “티 내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한 그는 대구를 지나 수원으로 돌아올 아주 긴 가을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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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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