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백설공주’ 변요한 “지켜주고 싶었던 정우…벌거벗고 연기한 것 같아”

4일 종영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출연한 배우 변요한. TEAMHOPE 제공.

3년간의 기다림, 2%의 출발에도 조급함은 없었다. 시청자의 극찬 속에 막을 내린 ‘백설공주’는 배우 변요한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지난 4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백설공주)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 변요한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과자가 된 청년 고정우를 연기했다.

 

2021년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촬영이 끝났다. 하지만 시청자를 만난 건 2024년이다. 3년 가까운 기다림이었지만, 걱정보단 기대되는 기다림이었다. 모든 구성원이 치열하고 진중하게 작품에 몰두했다. 예능 출연을 통한 흔한 홍보 수단도 따르지 않았다. ‘백설공주’가 가진 무게감, 그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를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서다.

 

2%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최고 8.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마무리했다. ‘백설공주’의 조용하지만 강한 힘을 시청률 상승 곡선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8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변요한은 “첫 방 (시청률은) 예상했던 지점이었다. 그래도 시청률이 오를 거란 확신은 있었다”고 말했다.

4일 종영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출연한 배우 변요한. TEAMHOPE 제공.

 

‘역추적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에 맞게 무천마을에 다시 돌아온 정우가 그날의 진실을 한 커풀씩 벗겨 나갔다. 많이 억울하고 다소 답답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조차 고정우의 삶이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 이기심으로 뭉쳐 자식을 보호할 마음뿐인 부모들에게 고정우는 배척당했다.

 

변요한은 “프로타고니스트(이야기를 주도하는 인물)의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안타고니스트(그에 대립하는 인물)가 너무 세다 보니 소통을 할 수가 없었다. 살인자로 각인된 인물, 아무도 말을 들어주지 않는 약자의 말을 누가 들어주겠나”라고 반문하며 “연기적으로도 소통을 안 해주셨다. 정말 외로운 싸움이겠구나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어떠한 장치도 없이 벌거벗고 연기한 것 같다. 그런 느낌의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의 서사도, 감정도 쉽사리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건 외로움과 고독함의 싸움이었다. “고정우는 내가 지켜줘야 했다. 싸우고 싶지도 않고 그저 보살피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선배님들이) 더더욱 나쁘게 대해주시더라. 말을 하려 하면 ‘닥쳐!’하는데 말문이 막혔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정우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분노한 장면은 수없이 많았다. 변요한은 “친구들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때의 분노가 가장 컸다. 고정우의 우정은 19살에 끝났다는 게 가장 슬펐다. 그 나이대 친구들은 뭐든 같이 하고 어울리는 관계인데, 꿈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답했다. 

 

병무(이태구)와 민수(이우제)가 보영이 사건의 범인이라는 걸 알게되고 정우는 우제가 일하고 있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도망치는 우제에게 망치를 들고 죽일 듯 달려들었다. 이 장면에 대해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성을 잃고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변요한이 느낀 솔직한 감정이었다. 죽이진 않았지만, 죽이고 싶어할만큼 분노한 감정을 쏟아냈다. 한 겨울 추위에도 땀을 뻘뻘 흘리게 한 장면이었다. 

 

그토록 찾고 싶었던 보영의 유골을 발견하고 나서 자신이 범인이 아니란 확신을 가졌으리라 생각했다. 수오(이가섭)의 온실 지하에서 다은이의 유골을 발견했을 때는 어땠을까. 변요한은 “그때는 감정의 레이어드가 많았다. 구탁 삼촌은 자살하려 하고, 불도 나고, 수오도 있고. 다은이를 느낄 새 없이 구탁 삼촌에 대한 감정이 컸을 것 같다”면서 “누워있는 유골의 모습을 보고 그 비주얼에 진짜 놀랐다. 충격적이긴 하다”고 돌아봤다. 연기도 많이 나고 있었던 탓에 기억도 뚜렷하게 나지 않는다고. 그는 “고정우의 최종 목표는 구탁 삼촌에게 진실을 듣는 것이었다. 죽지 못하게, 어떻게든 사회의 벌을 받게 하는 게 목표였을 거다. 그리고 수오도 살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정우는 사랑 넘치는 가정, 부유한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성장한 그에게 ‘더 영악하게 누명을 벗겠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사랑했던 친구들의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놓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백설공주’에 단순히 권선징악 엔딩은 없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진짜 중요한 게 뭐지 알려주는 드라마였다. 그게 인생인 것 같다. 인생이 원래 고구마이지 않나. 그래서 엔딩에 더 여운이 남는 것 같다”고 했다.

4일 종영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출연한 배우 변요한. TEAMHOPE 제공.

‘백설공주’는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넬리 노이하우스의 소설 ‘Snow White Must Die’를 원작으로 각색했다. 영화 ‘화차’ 변영주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기도 했다. 잘못된 시작으로 인한 10년이었지만 결국엔 진실이 드러났다. 수오와 가족을 이룬 정우와 엄마 금희(김미경)의 모습도 사랑의 형태로 바라봤다. 변요한은 “빛이 어둠을 절대 못 이긴다고 생각했지만, 빛이 커지니 진실이 이기더라”며 작품이 담은 메시지를 다시금 짚었다. 그는 “평범함보다 더 낮은 사람들은 할 말이 없다. 들어주는 거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더라”며 노상철과 하설을 떠올렸다. 정우에게 그들은 고난을 이기고, 서로 위로가 되어준 ‘빛’의 일부였다.

 

외로운 작품이었다. 촬영은 일찌감치 끝났지만, 변요한은 인터뷰 내내 정우의 감정을 전하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종영 후 ‘후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운도 크게 남았다. 그는 “어제도 엔딩 장면을 계속 찾아보게 되더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나도 나만의 확립된 정의를, 그리고 감정을 추스르면서 잘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명확한 감정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형태의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으로도 감사한 작품이다.

 

쉼 없이 작품활동에 몰두했지만, 특히 올해는 특별한 해다. 영화 ‘그녀가 죽었다’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그리고 ‘백설공주’까지 다작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백설공주’는 배우 변요한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충족시키는 작품이었다. “늘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중시한다”고 답한 그는 “‘백설공주’를 통해 시청자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나에겐 사명감”이라고 강조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TEAMHOPE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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