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시리즈온’ 문 닫고 ‘넷플’과 맞손…사라지는 VOD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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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시리즈온' 홈페이지 캡처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콘텐츠 판매를 종료합니다.”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 창구 중 하나였던 네이버 ‘시리즈온’에 올라온 공지문이다.

 

최근 국내 VOD 시장은 위태롭다. 월 1만원 안팎으로 영화나 방송 등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유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이 늘면서 힘을 잃고 있다. 시리즈온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오는 12월18일부터 시리즈온의 콘텐츠 판매를 중단한다고 6일 밝혔다. 사실상 운영 종료다. 시리즈온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영화 무제한 이용권 등)을 앞세워 국내 VOD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2022년 12월 기준 개별 결제를 한 이력이 있는 누적 순사용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할 정도였다.

 

하지만 OTT 이용 확산세에 밀려 콘텐츠 수요·공급이 줄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OTT 이용자 중 유료 OTT 이용률은 7.7%였지만, 지난해 이용률 57%로 증가했다. VOD의 필요성은 크게 떨어졌고, 시리즈온도 사업성을 잃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OTT 이용자 관점에서는 VOD를 찾을 이유가 없다. 건당 2000원(방송 기준), 5000~1만원(영화 기준)을 내고 콘텐츠를 보는 것보다 월 1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영화·방송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보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시리즈온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방송 콘텐츠 상위권에 올라온 드라마 ‘굿파트너’, ‘지옥에서 온 판사’, 예능 ‘나 혼자 산다’ 등은 한 회당 가격이 2200원이었다. 한 달(4회)치를 고려하면 8800원이다. 언급된 콘텐츠들은 다른 OTT에서도 볼 수 있으며, 비슷한 한달치 요금으로 오히려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지상파, 유료방송 업계 매출도 줄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IPTV 3사 유료 VOD 매출액은 417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5216억원)보다 1044억원(20%) 감소했다. 가입자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케이블TV의 유료 VOD 매출도 2014년 1702억원에서 지난해 673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지상파와 유료방송, 두 업계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LG헬로비전, HCN 등 일부 케이블TV 업체가 지난달 이용자들에게 지상파 VOD 전면 유료화 전환을 공지했다. 지상파가 콘텐츠 대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무료로 제공하던 VOD 상품도 유료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지상파 대표 단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시청 선택권 침해라며 무료 VOD 중단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네이버와 IPTV 업계는 오히려 OTT 업계와 손잡거나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네이버는 내달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혜택으로 넷플릭스를 추가한다. LG유플러스는 자사 IPTV ‘U+tv’에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기술 익시(ixi)를 활용한 미디어 에이전트(비서)를 적용했으며, SK브로드밴드는 AI 비서 ‘에이닷’을 셋톱박스에 탑재해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KT는 올해 안에 지니TV에서 AI로 특정 인물이나 노래, 춤추는 장면만 선택해 볼 수 있는 ‘AI 골라보기’ 기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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