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방송에서 쉽게 소비되는 ‘이혼’, 결혼 의미 퇴색돼선 안돼

요즘 신문을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인의 이혼 소식이 들려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TV를 켜면 이혼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진다. 이혼 전문가들이 나와 재혼을 위한 팁을 주고, 이혼 후 새로운 삶을 장려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제 이혼은 단순히 결혼 생활의 실패가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듯하다. 과연 이 사회는 이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혼이란 더는 피할 수 없는 생활의 일부인가?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라면 이혼은 그 반대인 결말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이혼 기사들을 보면, 이혼은 더 이상 가슴 아픈 사건이 아니라 차라리 일상적인 이야기로 전락해버린 느낌이 든다. 연예인들의 이혼 소식이 매번 화제가 되면서도, 사람들은 이혼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혼이 흔해지다 보니, 이혼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도 변하고 있다. 예전처럼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물론 이혼은 개인의 선택이다.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고통스러울 때, 이혼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혼 후 더 나은 삶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혼이 하나의 ‘일상적 선택’처럼 자리 잡게 된 데에는 현대 사회의 변화가 큰 몫을 했다. 과거에는 이혼이 금기시되었고, 오늘날은 이혼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많이 사라졌다. 심지어 이혼 후의 삶을 미화하거나, 더 나은 선택으로 장려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이러한 변화는 이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이혼을 주제로 한 방송 프로그램들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런 프로그램들은 이혼 후의 삶을 재조명하며 ‘새로운 시작’, ‘자신을 찾는 여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분명히 이혼 후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혼을 단순히 밝고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혼의 고통과 상처는 숨겨지고, 마치 이혼이 행복을 보장하는 지름길인 것처럼 포장된다. 아이가 있다면 상처는 훨씬 크다.

 

이런 흐름이 과연 옳은 것일까? 물론 결혼 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이 답일 수 있다. 하지만 이혼이 사회적으로 너무 가볍게 여겨지고, 일종의 유행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결혼이라는 관계를 맺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사랑에 국한되지 않는다. 결혼은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책임과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삶의 과정이다. 이혼을 너무 쉽게 선택하게 되면, 결혼이라는 관계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닐까. 아니 이미 그렇게 퇴색돼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이혼은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그 선택이 너무 쉽게 여겨지는 것은 문제다. 최근의 이혼 관련 기사와 방송 프로그램들은 이혼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고통과 상처에 대해선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혼은 개인 행복을 위한 선택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겨진 숙제다. 이혼을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이혼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선택이 절대 쉽지 않은 과정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혼이란 다름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임을 알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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