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흘린 땀방울이 있기에…김진성은 스스로를 믿어본다

사진=뉴시스 / 김진성이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2024 KBO 준PO 1차전서 6회 초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고 있다.

“그래, 내가 또 막아줄게.”

 

우완 투수 김진성(LG)은 올해도 ‘베테랑’ 면모를 진하게 과시했다. 정규리그 71경기서 3승3패 1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3.97을 마크했다. 한때 살짝 삐거덕거리기도 했으나, 시즌 내내 팀의 허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포스트시즌(PS)을 앞두고도 가장 믿음직한 카드 중 하나였다. 다만, 스스로 느끼기에 감이 좋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1차전 등판 직전까지 쉐도우 피칭을 했을 정도. 김진성은 “구위에 대해 계속 걱정했다”고 귀띔했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일까. 호쾌하게 가을야구 출발을 알렸다. KT와의 준PO 1차전이었다. 1-3으로 끌려가던 6회 초. 1사 1,3루 위기서 두 번째 투수로 나섰다. 안타 하나만 맞아도 실점으로 이어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서 김진성은 최고의 시나리오를 선보였다. 문상철에게 3루수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그대로 이닝을 매조지었다. 7회까지 안정적으로 버텼다. 김진성은 “운이 좋았다. (위기는) 늘 있는 일이다. ‘그래, 내가 또 막아줄게’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비단 이날뿐만이 아니다. 급한 불을 끄는 데 탁월한 능력을 과시한다. 올 시즌 승계주자 실점률(IRS)이 0.193에 불과하다. 불펜 투수 가운데 임창민(삼성·0.080), 김택연(두산·0.135) 다음이다. 심지어 주자가 있을 때(피안타율 0.229)보다, 주자가 없을 때(0.250) 더 강하다. 득점권에서의 피안타율은 0.202까지 내려간다. 김진성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더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 1차전에서도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실점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사진=뉴시스 / 김진성이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2024 KBO 준PO 1차전서 6회 초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고 있다.

 

감각이 좋지 않아도, 어떻게 해서든 제 몫을 해내는 것. 불펜투수의 숙명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차곡차곡 쌓여진 땀의 무게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진성은 “꾸준히 훈련량이 가져왔기에, 거기에서 나오는 자신감으로 던지는 것 같다. (힘들어도) 버티고 이겨내고. ‘이렇게까지 하고 있으니 분명히 몸에서도 기억을 해줄 거야’라고 믿는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쉐도우 피칭 밸런스 훈련을 매일하는데, 안 좋았을 때 빨리 찾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료들을 떠올리며 한 구 한 구 최선을 다했다. LG의 마무리 유영찬이 대표적이다. 지난 3일 부친상을 당했다. 준PO 1차전이 열린 5일 오전 발인이 예정돼 있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슬픔 속에서도 출전 의지를 불태웠다는 후문이다. 김진성은 “영찬이가 혹시나 미안한 감정이 들까봐 신경이 쓰이더라”면서 “여기는 신경 쓰지 말고 어머니 잘 챙기라고 했다. 나 역시 상을 치러봐서 얼마나 힘든지 안다. 일부로 장난도 더 치고 그랬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높은 곳을 바라본다. 준PO를 패배로 시작했지만 그 어떤 동요도 없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도 KT에게 1차전을 내줬다. 2~5차전을 내리 잡으며 왕좌에 올랐다. 다시 한 번 찬란한 가을을 기대한다. 바라는 그림은 딱 하나, 승리다. 김진성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승부는 어찌됐든 이겨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필요하다면) 약점을 잡아서라도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 마운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잠실=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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