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동반하는 '혈액암'…허리·뼈 통증 있으면 의심

중년 이후 다발골수종 발병 급증
빈혈·어지러움·골절·몸 붓는 증상

최근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았는데, 갑자기 ‘혈액암’이라는 청천벽력 진단을 받는 장년층이 늘고 있다. 박영훈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사진)의 도움말로 최근 증가세를 나타내는 혈액암 중 하나인 다발골수종에 대해 알아봤다.

-다발골수종이란 어떤 암인가.

“항체 생산에 관여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암 중 하나다. 환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고령에 발생하는 대표적 혈액암으로 볼 수 있다. 2023년 발표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21년에 우리나라에서 새로 발생한 암 중 다발골수종은 1915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0.7%를 차지했다.”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했다. 원인은 무엇인가.

“정확한 원인은 찾기 어렵다. 다만 역학조사에 따르면 유전자 변이, 노령 등이 연관된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허리통증이나 골절로 치료받았던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환자들이 혈액종양내과에서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인구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무증상 단계에서 다발골수종으로 넘어가는 환자가 증가해 앞으로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발골수종,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대표적 증상 중 하나가 뼈가 약해지고 파괴되는 것이다. 실제로 처음 다발골수종 진단을 받은 환자의 약 70%는 뼈 통증을 호소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다발골수종은 정상적 항체 대신 M-단백이라는 비정상적 단백질을 만들어 내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파괴하고 다양한 증상들을 유발할 수 있다. 이때 고칼슘혈증으로 인해 갈증, 구역, 의식장애와 빈혈로 인한 숨참, 어지러움, 전신 쇠약 등이 나타난다. 뼈가 약해져서 골절이나 허리, 갈비뼈 등에 통증이 생기거나 신장기능의 감소로 몸이 붓는 증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의심 증상은.

“대부분 중년 이후에 발병하다 보니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징후가 나타나더라도 기존 만성질환 증상으로 오인,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뼈 통증, 빈혈, 콩팥 기능 이상이 발생한 고령자는 다발골수종 관련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우선 자가 조혈모세포를 받을 수 있는지 결정한 뒤 첫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이식이 가능한 환자라면 주사제나 경구로 복용하는 항암 화학요법에 나선다. 이후 치료반응을 보며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을 진행한다. 전신상태가 좋지 않거나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이식이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항암 화학요법을 진행한다. 또 다발골수종의 골절과 같은 뼈 합병증의 발생을 줄이기 위한 보존 치료도 병행될 수 있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지 궁금하다.

“최근 다발골수종의 치료는 굉장히 빨리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병용치료로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약제 등 한계가 존재한다. 새로운 표적치료제, 이중 항체치료제 및 카티(CAR-T) 치료 등이 국내에 빨리 도입된다면 환자의 치료성적이 좀 더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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