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1] 쿠에바스의 ‘마법 호투’… 그 뒤에 든든한 안방마님, 장성우가 서있었다

KT 장성우가 2일 열린 두산과의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을 4-0 완승으로 장식하고 더그아웃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허행운 기자

 

최고의 배터리, 환상의 짝꿍이었다.

 

프로야구 KT가 2024시즌을 마법으로 물들이려 한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차전에서 4-0 완승을 거두면서 시리즈를 2차전으로 끌고 갔다. 이제 4위 두산이 가지고 있던 1승 어드밴티지는 지워졌다. 기어코 두산과 같은 위치에 오르면서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까지 같은 한 걸음만 남기게 됐다.

 

수훈갑은 역시 선발 투수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수놓은 윌리엄 쿠에바스다. 6이닝 4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잠실을 찾은 원정 KT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2일 열린 두산과의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에서 위기를 삼진으로 정리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이라이트 뒤에 빼놓을 수 없는 조력자가 있다. 바로 ‘안방마님’ 장성우다. 쿠에바스와 함께 완벽한 볼배합과 경기운영을 펼쳤다. 단순히 볼만 받아준 정도가 아니다. 단짝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쿠에바스가 잘 차지 않았던 피치컴을 장착하고 경기에 나선 것도, 직접 사인을 내던 버릇을 내려놓고 포수 사인에 따라 공을 뿌린 것도 모두 장성우의 뜻에서 비롯됐다.

 

장성우는 “올해 선발 투수들이 부상이 많았는데, 쿠에바스만 빠지지 않고 혼자 계속 로테이션을 지켰다. 그래서인지 후반기 들어 조금 퍼지는 느낌이 있어서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며 “감독님도 그 부분을 말씀하셨다. 나도 쿠에바스에게 ‘너무 혼자 생각을 많이 하고, 모든 걸 다 하려 해서 네가 조금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는 스토리를 귀띔했다.

 

그렇게 동료의 짐을 덜어줬다. 그는 “두산 선수들이 많이 뛰기도 하고, 손가락 사인도 보일 수 있으니 피치컴을 차자고 했다. 또 1번부터 9번까지 한 바퀴 돌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사인 내는 대로 던져보자고 했다”며 “점수 안 주고 계속 가다보니 오늘은 내내 내 사인 대로 거의 다 던졌다. 쿠에바스의 모든 구종이 좋지만, 특히 커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커터를 많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2024 KBO리그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피치컴을 통해 포수 사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KT 장성우(왼쪽)가 2일 열린 두산과의 와일드카드결정전 1차전 1회초에 1타점 적시타를 치고 박기혁 코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성우의 도움은 마운드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1회초 잡은 무사 1,2루 기회를 곧장 1타점 적시타로 연결하며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장성우가 튼 물꼬는 그대로 1회 4득점 빅이닝으로 이어졌다.

 

장성우는 “원래 같으면 감독님 사인이 없어도 그럴 때 번트를 대려고 한다. 그런데 곽빈 선수 공이 전광판에 156㎞까지 찍힐 정도로 너무 좋더라. 번트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삼진은 절대 안 된다, 무조건 공을 맞춰야겠다는 생각만 했다”며 “운 좋게 마침 실투가 와서 안타가 됐다. 나도 어떻게 쳤는지 모르겠다. 눈 감고 쳤다”는 유쾌한 농담까지 더했다.

 

장성우가 건넨 최고의 도움 속에 KT는 올 가을 마법을 이어간다. 그는 “우리는 힘든 경기를 많이 해본 팀이다. 지난해도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도 해봤고, 5년간 1~5등도 다 해봤다”며 “WC 결정전에서 5위가 (준PO로) 올라간 적이 없다고 들었다. 저희가 기적을 한 번 써보겠다”고 밝은 미래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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