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1] ‘의지’ 없던 두산, 김재환·양석환마저 숨죽였다… 마법 앞에 쓰러진 곰 군단

김재환(왼쪽)과 양석환.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터져야 할 곳, 터지지 않았다.

 

프로야구 두산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차전에서 0-4로 무릎 꿇었다.

 

시종일관 무기력했다. 당차게 내세운 ‘토종 에이스’ 곽빈 카드가 1회초부터 4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완전히 기선제압을 당하고 출발했기 때문. 여기에 ‘고구마’를 먹은 타선까지 좀처럼 터지지 않는 악재가 겹쳤다. 단 한 점의 반격도 해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배경이다.

 

중심 타선의 침묵이 치명적이었다. 4점을 내주고 맞은 1회말, 상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금세 반격 찬스를 잡았다. 정수빈-김재호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 판이 깔렸다. 하지만 제러드 영의 잘 맞은 타구가 1루 직선타로 둔갑됐고, 두산이 자랑하는 쌍포, 김재환-양석환 라인마저 범타에 그쳤다. 따라가는 1점이라도 만들었다면 분위기는 완벽하게 바뀔 수 있었지만, 해결사들의 부진 속에서 이는 없던 시나리오가 됐다.

 

아쉬움은 끝이 없었다. 시종일관 쿠에바스에게 틀어막힌 두산은 6회말 재차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정수빈의 안타에 이어 1사 후 제러드의 후속 안타로 1,3루 밥상이 차려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4,5번이 문제였다. 역투를 펼친 쿠에바스의 앞에 김재환-양석환 모두 삼진으로 우수수 물러났다.

 

KT 윌리엄 쿠에바스가 두산 타선을 6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두산 신임 주장에 선임된 양석환은 타율은 0.246(533타수 131안타)로 다소 낮았지만, 잠실을 홈으로 두고 34홈런을 때려내며 생애 첫 30홈런-100타점 타이틀을 챙겼던 핵심 자원이다. 김재환은 2023시즌 타율 0.220(405타수 89안타), 10홈런 등으로 커리어 로우를 맞았던 내리막을 지나 올해 타율 0.283(474타수 134안타) 29홈런 92타점으로 다시 변곡점을 마련했다. 이처럼 든든했던 두 명의 핵심 자원들이 중요한 순간 고개를 숙여버린 것. 둘은 이날 도합 8타석을 소화해 안타 1개 생산에 그쳤다. 미처 예상 못한 거포 쌍두마차의 침묵, 두산은 쓰디쓴 패배의 잔을 삼켜야 했다.

 

심지어 두산에는 양의지라는 든든한 벽마저 없던 상황이다. 양의지는 지난달 말 찾아온 쇄골 통증으로 페넌트레이스 막판 경기를 모두 걸렀다. 부상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싣지 못했다. 경기 막판 대수비로만 나섰을 뿐. 양의지는 “스윙하려고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통증이 있다. 수비는 가능한데 타격이 힘든 상황”이라며 “형들이 잘해줘야 한다. 우선 방망이를 잘 쳐야 승부가 난다. 타격 싸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의 몫을 대신해줄 베테랑들의 폭발을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두산 양의지가 타석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희망 시나리오는 쓰이지 않았다. 두산이 정규시즌 4위로서 안았던 달콤한 1승 어드밴티지는 이제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까지 열린 9번의 WC 결정전에서 5위가 4위를 업셋한 경우는 없었지만, 두산은 그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게 돼버렸다. 다음날(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WC 결정전 2차전에 팀의 운명이 걸렸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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