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선수 되려면 큰 경기서 잘해야”… ‘복덩이’ 제러드가 꿈꾸는 두산의 미라클

두산 제러드 영(가운데)이 득점을 올리고 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강렬했던 퍼포먼스, 가을에도 펼쳐질까.

 

프로야구 두산의 외국인 타자 제러드 영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KT와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와일드카드(WC) 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3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 공략의 최전선에 설 예정이다.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사실상 제러드의 손에서 만들어진 두산의 PS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지난 7월 말 헨리 라모스의 대체 타자로 영입된 제러드는 적응기도 필요없게 느껴질 정도로 멋진 활약을 후반기에 수놓았다. 38경기에 나서 타율 0.326(144타수 47안타) 10홈런 39타점을 기록했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보면 풀 시즌을 치렀다고 가정할 때, 3할 타율-30홈런-100타점도 무리없게 완성될 수 있는 숫자다. 그만큼 제러드가 찍은 눈도장은 짧지만 강렬했다.

 

큰 무대를 앞둔 그는 “정말 흥분된다. 정규시즌을 하는 이유가 PS를 가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진짜 싸움이 시작될 그라운드를 보며 눈을 번뜩였다. 그럼에도 마음이 들뜰 생각은 없다. “정규시즌 경기처럼 준비했다. 괜히 부담감을 가지면 더 안 좋을 것 같았다. 평소대로 준비했다”며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단기전 무대가 익숙치 않은 것도 아니다. 그는 “미국 시절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 PS를 가본 적이 있다. 또 지난해 시카고 컵스에서 뛸 때도 마지막 10경기 정도가 (순위 싸움으로 인해) 거의 PS 분위기가 났다”고 자신이 쌓아온 경험들을 전달했다.

 

그런 경기에서 강심장 기질을 뽐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큰 선수가 되려면 큰 경기에서 잘 해야 되는 게 맞다. 나는 그런 선수다”고 남다른 자신감까지 뿜어낸다. 이어 “큰 경기에서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보통 평소처럼, 큰 변화 없이 꾸준하게 야구를 한다. 나도 그런 선수라 생각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평소 차분하기로 소문난 제러드의 성격이다. 너무 들뜨지도, 너무 가라앉지도 않는 평온한 멘탈로 단기간에 빠르게 팀에 녹아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다가올 본 무대에서의 흥분도는 가늠할 수 없다. 제러드는 “감정이 어떻게 표출될지는 모르겠다.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큰 경기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경기는 평소대로 준비하겠지만, 내 감정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워 보냈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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