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감독 몰아가기’로 호통친 국회 vs ‘홍 감독부터 협상했어야’ 문체부… 진실은 어디에?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홈 경기를 앞두고 박수를 치고 있다. 스포츠월드 DB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뉴시스

“1순위 후보자였던 홍명보 감독부터 협상을 진행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10월2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중간발표

 

“홍명보 감독을 이미 내정해두고 감독 선임 협상을 몰아간 것이 아니냐.” 9월24일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현안 질의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국회 문체위 현안 질의에서는 홍명보 감독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에 내정해두고 협상을 몰아간 것이 아니냐고 고성을 지르며 조롱하고 비난하고 질타하더니, 문체부 감사 중간발표에서 홍 감독부터 협상을 진행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분명한 것은 정부나 정치권, 둘 중 하나는 헛발질을 했다.

 

문체부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 중간발표에 나섰다. 앞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감사 중간발표를 통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우선적으로 살펴볼 것”이라며 “잘못된 부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문체부 감사 중간발표를 이틀 앞두고 대통령실 서면 브리핑을 통해 “여러 의혹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확실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은 대통령까지 나설 만큼 사안이 커졌다. 이 때문에 정치권도 이를 바로 잡겠다며 팔 걷고 나섰다. 지난달 24일 국회 문체위 현안 질의에서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감독을 모두 증인으로 출석시켜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질타했다. 이 자리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협회 전력강화위원회 10차 회의, 11차 임시 회의 관련 내용이었다. 특히 문체위 의원들은 나무라듯 소리치며 협회가 홍 감독은 이미 정해놓고 협상을 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이날 문체부 감사 결과는 180도 달랐다. 브리핑에 나선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1순위 후보자였던 홍 감독부터 협상을 진행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려진 대로라면 전강위는 10차 회의에서 홍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이상 7표), 거스 포옛, 헤수스 카사스, 그레이엄 아놀드(이상 6표) 감독 등 5명의 후보군을 추렸다. 여기에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축구회관 3층에서 화상 면접을 진행했으나, 아놀드 감독은 화상 면접 자체를 거절했고 카사스 감독은 이라크 대표팀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 예선이 끝나야 합류할 수 있다는 답변이 와 제외됐다.

 

국회 현안 질의에서 임오경 의원이 박주호 전 위원과 정 전 위원장을 세워두고 “왜 전강위 10차 회의에서 5명의 후보가 나왔는데, (정 회장에게) 보고는 3명만 했냐? 왜 같은 회의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느냐”고 질타한 것은 이 과정을 전혀 모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정 전 위원장은 3명의 감독을 두고 2명의 외국인 감독과 화상 면접을 진행한 후 바그너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 경력이 없다는 점, 포옛 감독은 다수의 코치진 사단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등의 비용 문제로 2, 3순위로 밀렸다. 이에 홍 감독이 1순위에 올랐다.

 

다만 정 회장은 정 전 위원장에게 외국인 감독을 직접 만나보라는 제안을 했고, 이 때 사퇴했다. 이후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가 나서 바그너, 포옛 감독은 직접 만난 뒤 귀국해 홍 감독을 찾아가 감독직을 제안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 이사가 전강위원장 역할을 대신 한 부분은 국회와 문체부가 모두 지적한 내용이며. 정 회장도 인정을 한 부분이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10월 A매치 국가대표 소집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스포츠월드 DB

문체부 설명대로라면 이미 홍 감독이 1순위인데, 정 회장이 2, 3순위 감독을 직접 만나보라고 지시한 점을 문제로 삼았다. 홍 감독부터 만나 감독직 제안 및 협상을 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최 감사관은 “(정 전 위원장)본인 말에 따르면 회장이 다시 대면 면접을 하라고, 유럽에 가서 또 검토하라고 말씀하신 부분 때문에 정 전 위원장이 역할의 한계를 느껴 사임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전 위원장이 추천한 대로 협회가 협상해 감독을 선임했다면 이런 논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추천했는데도 다른 후보자와 대면해 면접하라고 추가로 정 회장이 요구했다. 추천 절차가 이때 완결됐다고 한다면 협회는 그대로 협상을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다시 이임생 이사를 통해 추천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회 현안 질의에서도, 문체부 감사 중간발표에서도 모두 동일하게 나온 단어는 ‘국민‘이다. 현안 질의과 감사를 하는 이유와 명분을 모두 국민에서 찾았다. 하지만 국민은 무엇이 진실인지, 과연 어떤 내용이 팩트인지 더 헷갈리게 됐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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