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아의 연예It수다] 조회수보다 중요한 것

가수 장윤정의 위기란다. 콘서트 티켓 판매가 예전 같지 않아서, 또 지방 행사 출연 반대 민원글이 인터넷에 게시됐다는 게 그 이유다. 최근 연예 기사면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다.

 

‘위기’(危機)의 사전적 의미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다. 매진 되지 않은 콘서트와 출연 반대 민원이 데뷔 25년 차 프로 가수의 커리어를 무너뜨릴 정도의 큰 사건일까. 심지어 은퇴설까지 제목에 등장했다. 글쎄, 동의하기 어렵다. 장윤정의 위기일까, 점점 더 가볍게 펜대를 잡는 언론의 위기일까. 조회수가 뭐길래. 잠깐이지만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기게 된다.

 

최근 장윤정의 콘서트 티켓 판매가 부진하다는 언론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에 따른 이유로 ‘예전 같지 않은 트로트의 인기’, ‘비싼 티켓 가격’이 언급된다. 절반의 동의가 가능한 부분이다. 트로트의 인기는 2019년 ‘미스트롯’으로 시작해 2020년 ‘미스터트롯’으로 정점을 찍었다. 각 방송국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트로트 오디션 출신 가수들을 예능 프로그램에 대거 기용하던 시기다. 덕분에 임영웅·영탁·송가인 등 새로운 스타들이 대거 탄생, 트로트 시장을 이끌었다.

 

코로나19로 시름하던 국민의 마음에 자양강장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트로트다. 외출이 어려웠던 팬데믹 시기, 3대가 모여 각자 응원하는 가수의 이야기를 나눴다. 래퍼, 유튜버를 장래희망으로 꼽던 10대들이 트로트 가수를 적어내기 시작하던 때이기도 하다.

 

‘쇼미더머니’는 새 시즌을 거듭하며 힙합을 대한민국의 주류 문화로 끌어올렸다. 그보다 이전엔 ‘슈퍼스타K’가 발라드·밴드 음악의 매력을 알렸다. 대체로 하나의 장르가 사랑받는 주기는 10년 정도였다. 트로트라고 다를까. 인기와 관심은 언젠가 다른 장르로 또 이동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오디션이 시즌을 거듭할 때마다 시청률은 높으나 우승자들에 대한 주목도가 예전 같지 않은 요인이다.

 

자, 이제 다시 장윤정의 이야기를 해보자. 장윤정 개인의 공연 티켓 판매율을 트로트 장르 전반에 대한 관심도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송대관·태진아·설운도에서 장윤정·홍진영·박현빈의 공연을 가던 관객은 ‘팬덤+트로트 장르 전체를 사랑하는 팬’이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엔 각자의 원픽이 생겼다. 레전드로 불리는 선배급 가수들에 대한 응원은 기본이고, 내가 투표해서 뽑은 최애 가수 응원은 필수인 요즘이다. 

 

문화비로 지출할 수 있는 비용 역시 정해져 있으니 모든 콘서트에 갈 수 없다. 장윤정의 콘서트가 매진되지 않은 이유를 굳이 찾자면 이정도이지 않을까. 심지어 당일 대구 엑스코 라이브 공연을 관람한 관객은 “앞 좌석은 물론이고 중앙을 중심으로 객석이 꽉 찼다. 기사에서 보고 간 것처럼 빈자리가 엄청 많은 상황은 아니었다. ‘남아돈다’, ‘텅텅’, ‘굴욕’ 등의 설명을 한 기사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중장년 팬들의 현장 구매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VIP석 기준 14만3000원인 티켓값 역시 고가로 단정 짓기엔 어렵다. 영탁·이찬원 등 트로트 가수들의 티켓 가격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저렴한 수준이다. 최근 인기 아이돌의 티켓 가격은 20만원 대를 뚫었다. 조회수를 위한 기사 제목을 작성하기 전, 취재를 잠깐 해보면 알 수 있는 부분들이다. 과정의 생략과 일명 복붙(복사 붙여넣기) 기사가 장윤정 개인에게 화살을 쏘아댄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장윤정은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장윤정은 개인 SNS에 “인정”이라는 글귀를 올렸다. 그는 “‘모든 문제의 이유는 나에게서 찾는다’ 제가 자주 생각하고 하는 말”이라며 “인원이 적을수록 한 분 한 분 눈을 더 마주치며 노래하겠다”고 했다. 이어 “버티지 않는다. 그러니 밀지 말아 달라”고 적으며 글을 맺었다.

 

지방 행사 출연 반대 민원글의 경우 일명 ‘장윤정 립싱크’ 논란에서 이어진 이슈다. 한 민원인은 “립싱크 논란에 휩싸인 장윤정이 행사의 마침표를 찍는 것은 심히 부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부산시청에 장윤정의 10월 한 행사 출연에 대한 반대 의견을 게시했다.

 

장윤정은 지난 8월31일 인천시 서구 왕길역 한 무대에 올라 총 4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자신의 히트곡인 ‘꽃’을 비롯해 ‘옆집누나’, ‘사랑아’, ‘짠짜라’를 열창했다. 장윤정은 AR(사전에 라이브 버전으로 녹음한 목소리까지 포함된 음악)을 깔고 자신의 목소리로 열창하는 모습이었다. 댄스곡이 무려 3곡 연속이었던 만큼 무대 완성도를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흔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입만 ‘뻥끗’하는 립싱크와 분명 다르다. 소속사 역시 1일 공식입장을 통해 절대 노래하는 척 연기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실제 업계에서도 발라드가 아닌 댄스곡일 경우 AR을 준비할 때가 있다. 30% 정도 음원을 깔고 실제 가수가 라이브로 부르는데, 영상이다 보니 오해를 부를 수 있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천=뉴시스

‘실력파 가수’, ‘트로트 여왕’이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장윤정이다. 장윤정은 다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후배 참가자들을 응원하고 무명 가수들을 소리 없이 도우며 트로트 시장의 판을 키웠다. 내 밥그릇만 챙기는 게 아닌 트로트 시장 전체를 생각하는 행보다. 

 

축적된 시간의 힘은 절대 가볍지 않다.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장윤정의 다음 무대가 더 기다려진다. 오늘 퇴근길엔 이 무거운 기분을 씻어줄 장윤정 노래 메들리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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