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홍 감독 사퇴 요구?…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 스포츠월드DB

문체부가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교체 및 사퇴를 요구하지 않겠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대한축구협회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한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논란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체부 관계자는 홍 감독의 교체나 사퇴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언급했다. 착각이다. 문체부에는 축구대표팀 감독의 교체 및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축구협회는 문체부의 감사 대상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10억원 이상의 재정 지원을 받는 공직유관기관단체에 해당한다. 감사의 뜻은 감독 및 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축구협회가 문제가 있다면, 이를 살피고 단속하는 것에서 끝이 나야 한다. 여기서 더 개입해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리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정에도 저촉된다. FIFA 정관 14조 1항에 따르며 “ 회원 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업무를 보장받아야 한다.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15조에는 “어떠한 형태의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2015년 쿠웨이트 정부는 자국 체육단체의 행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는데, FIFA는 쿠웨이트축구협회에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쿠웨이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잔여 경기를 몰수패 처리당했다. 이후 쿠웨이트 정부가 관련 법률을 다시 개정한 끝에 쿠웨이트 축구 대표팀은 국제무대로 복귀했다. 쿠웨이트는 현재 한국과 함께 월드컵 3차 예선 B조에 편성돼 경기를 치르고 있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 스포츠월드DB

문체부는 곧 정부에 해당한다. 이 사안을 두고 중간 결과 발표에 앞서 이미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만약 사퇴나 교체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면,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상황에서도 FIFA 징계를 받던말던 문체부가 직접적으로 ‘사퇴하라’, 또는 ‘교체하라’ 지시한다면 막을 길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징계를 받을 경우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의 자랑인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정부 때문에’ 또는 ‘윤석열 대통령의 개입’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면 이처럼 실명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이 때문에 유인촌 문체부 장관 역시 이미 못을 박았다.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잘못된 점은 분명히 지적하겠다” 면서도 “감독 거취 문제는 축구협회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체부 장관이 대표팀 감독의 거취를 축구협회 스스로 결정하라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는데, 문체부 관계자가 “교체 및 사퇴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논란만 키울 뿐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 뉴시스

축구협회는 현재 풍파를 맞고 있다. 잘못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갈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문체부는 감사라는 역할에 충실하고, 협회는 이를 바로 잡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정 회장과 홍 감독의 거취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하고, 또 문체부의 감사보다도 더 두려워해야 할 부분은 팬들의 외면이다. 국민, 축구팬이 등을 완전히 돌리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계산하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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