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세기의 라이벌]송대관·태진아→원더걸스·소녀시대…서로 ‘경쟁+상생’한 연예계 라이벌

가요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인 나훈아와 남진처럼, 경쟁자의 존재는 당사자뿐 아니라 한국 연예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대중에게도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안긴다. 또 불꽃 튀는 경쟁이지만 상승효과를 함께 만끽하며 팬층을 결집하는 결과도 누린다. 경쟁의 이면에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료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도 자리한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라이벌 구도를 정리했다. 

 

◆‘영원한 앙숙’이자 ‘동반자’ 송대관-태진아

 

송대관과 태진아(왼쪽부터). 사진=예찬엔터테인먼트

 

‘영원한 앙숙’ 송대관, 태진아를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나훈아와 남진이 인기몰이를 하던 시기에 데뷔해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태진아는 1973년 ‘추억의 푸른 언덕’으로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고, 송대관은 1975년 ‘해뜰 날’을 통해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두 사람은 1980년대부터 트로트 부흥 시대를 이끌며 영원한 동반자이자 앙숙으로 자리매김했다. 송대관은 ‘차표 한 장’과 ‘네 박자’, 태진아는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으로 번갈아 히트곡을 내며 가수왕 자리를 두고 싸웠다.

 

방송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내가 업어 키웠다”며 티격태격하는 케미스트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둘도 없는 단짝이다. 선후배 사이로 시작했지만 서로 인기를 다투면서 친해지기 시작했다. 방송에서의 라이벌 구도와 달리 1999년 송대관의 가수왕 수상 당시 태진아는 무대 위에서 송대관을 업고 등장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2000년대에는 ‘라이벌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10여년 이상 합동 콘서트를 열었다. 2019년 송대관이 합동 콘서트를 앞두고 큰 수술을 받게 되자 병문안을 온 태진아는 현금 수천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

 

◆H.O.T.와 젝스키스, 아이돌 역대 최고 라이벌

 

 

라이벌 역사는 트로트뿐 아니라 아이돌 문화에도 이어진다. 1세대 아이돌의 대표적인 라이벌 그룹은 H.O.T.와 젝스키스다. 당시 치열했던 라이벌 관계는 아이돌 대립 구도의 절정으로 꼽힌다. 라이벌로서 양 그룹은 앨범을 낼 때마다 기록을 갈아 치우며 용호상박을 이뤘다. 팬덤 간 다툼은 일상다반사였다.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8년엔 시상식 공개방송 입장을 앞두고 팬들끼리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져 9시 뉴스에 보도됐다. 시간이 흐른 뒤엔 라이벌이 아닌 동료로서 연대감이 강하다. 2017년 한 방송에서 강타는 젝스키스를 두고 ”서로가 있어서 좋았다”고 고백했고 젝스키스 멤버들 역시 “라이벌이란 단어가 좋은 말이었다”고 속마음을 꺼냈다. 

 

◆S.E.S.-핑클→원더걸스-소녀시대…걸그룹 라이벌 계보

 

S.E.S.(왼쪽)와 핑클(오른쪽). 사진= SM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S.E.S.와 핑클은 걸그룹 세기의 라이벌이다. 1997년 ‘아임 유어 걸’로 먼저 화려하게 데뷔한 S.E.S.는 최초의 K-팝 걸그룹 신드롬을 일으켰다. 핑클은 S.E.S.에 대적할 라이벌로 탄생했다. 리더 이효리는 S.E.S.에게 1위를 내주고 펑펑 울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가요계를 주름잡던 S.E.S.와 핑클은 5년여간의 전성기를 나란히 마쳤다. S.E.S.는 2002년 공식 해체했고 핑클 또한 같은 해 ‘영원’ 활동을 마지막으로 그룹 활동을 접었다.

 

원더걸스(위)와 소녀시대(아래).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S.E.S.와 핑클 간 라이벌 구도는 2세대 아이돌 걸그룹의 양대산맥이던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로 옮겨갔다. 2007년 같은 해 데뷔한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는 노래와 비주얼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각기 다른 스타일로 가요계 돌풍을 일으켰다. 원더걸스는 ‘텔미(Tell me)’, ‘소 핫(So Hot)’, ‘노바디(Nobody)’ 3부작으로 복고 열풍을 일으켰고 소녀시대는 ‘다시 만난 세계’, ‘지(Gee)’, ‘소원을 말해봐’ 등으로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소녀성을 어필했다. 2017년 원더걸스 해체 이전까지 약 10년간 두 팀은 늘 라이벌 구도에 놓였지만 멤버들 간 실제 사이는 친분이 두텁다.

 

◆비틀스 vs 롤링 스톤스…해외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

 

밴드 비틀스의 존 레넌,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왼쪽부터). 사진=AP/뉴시스.
밴드 롤링 스톤스의 찰리 와츠, 키스 리처즈, 믹 재거, 로니 우드(왼쪽부터). 사진=유니버설뮤직

 

라이벌은 해외 연예계에도 존재한다. 1960년대 혜성같이 나타나 세상을 뒤흔들었던 비틀스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 그룹으로 꼽힌다. 그런 비틀스에게는 필생의 라이벌이자 동반자로 꼽히는 밴드 롤링 스톤스가 있다. 함께 대중음악무대를 평정한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는 빌보드가 2019년 선정한 올타임 앨범 차트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비틀스는 빌보드 차트에서 싱글, 앨범 최다 1위 기록을 보유한 아티스트고, ‘살아있는 전설’ 롤링 스톤스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10년대마다 ‘빌보드 200’ 톱10에 오른 첫 번째 가수다.

 

두 밴드의 대조되는 이미지와 특성도 라이벌 관계성에 한몫했다. 비틀스는 점잖고 단정했지만 롤링 스톤스는 개성이 뚜렷한 악동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두 밴드는 서로 자주 교류하며 우호적인 관계로 유명하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은 롤링스톤스에 ‘아이 워너 비 유어 맨(I Wanna Be Your Man)’을 작곡해준 적도 있다. 비틀스가 1967년 발표한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를 작업할 때는 롤링 스톤스의 보컬 믹 재거가 녹음실에 정규 멤버처럼 드나들며 함께 녹음했다.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도 ‘팝의 여왕’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두 사람은 금발의 백인 여성이라는 외형적 특징과 더불어 1993년 방송된 디즈니 ‘더 미키 마우스 클럽’에 아역 배우로 함께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다. 심지어 나이와 가수 데뷔 시기도 비슷했다. 스피어스가 앨범 판매량이나 대중적 지지도에선 앞섰지만 아길레라는 파워풀한 가창력을 앞세우며 그래미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가요계뿐 아니라 배우들 간에도 라이벌이 존재한다. 중화권 배우 유덕화와 양조위는 영원한 라이벌이자 최고의 파트너로 꼽힌다. 유덕화와 양조위는 나이와 더불어 데뷔 시기, 활동 무대가 비슷해 자주 비교된다. 홍콩 민영방송 TVB 배우스쿨 출신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1984년 드라마 ‘녹정기’에서 처음 함께 호흡을 맞춘 뒤 ‘무간도’에서 뜨거운 대결을 펼치며 레전드 케미스트리를 선사했다. 이후 두 사람은 20년 만인 지난해 영화 ‘골드 핑거’로 재회해 전 세계 팬들의 반가움을 불렀다. 당시 유덕화는 “상대가 양조위 배우라고 해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히며 특별한 우정을 자랑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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