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LAST DANCE…정우람 “더 웃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더 웃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프로야구 한화의 2025시즌 최종전이 펼쳐진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베테랑’ 정우람에겐 두고두고 잊지 못할 날이 될 듯하다. 자신의 통산 1005번째이자 현역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프로생활 내내 뒷문을 책임졌지만 이날만큼은 선발투수로 나섰다. 특별엔트리에 포함,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정우람이 1군 무대에 선 것은 지난해 10월 16일 대전 롯데전(⅓이닝 무실점) 이후 349일 만이다. NC 1번 타자 최정원에게 4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왔다.

 

정우람은 2004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로 SK(SSG 전신) 유니폼을 입었다. 2016시즌부터는 한화와 손을 잡았다.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2005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15년 연속 40경기 이상 소화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은 2008시즌 85경기다. 지난해 10월 2일 대전 NC전에선 KBO리그 투수 최초로, 1000경기 출장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10월 15일 대전 롯데전에선 1003경기째를 마크, 일본프로야구(NPB) 이와세 히토키(1002경기)를 넘어섰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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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발자취도 대거 남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1004경기에 구원 등판, 977⅓이닝 동안 64승47패 197세이브 145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2008년과 2011년 나란히 25개의 홀드를 작성하며 홀드왕에 올랐다. 2018년엔 35개의 세이브를 잡아내며 구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정우람은 “그저 마운드에 꾸준히 많이 오르다 보니 야구를 오게 하게 됐다”면서 “그래도 사람들이 인정해줄만한 나만의 뭔가는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은퇴식을 치른다는 것은 선수에게 큰 영광이다. 한화 소속 선수로선 13번째다. 정우람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플레잉코치로 계약했다. 1군 등판 없이 잔류군 투수코치로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15일 은퇴를 결정했다. 사실 은퇴식 날짜를 잡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한화가 시즌 막바지까지 순위 경쟁 중이었기 때문이다. 정우람은 “나 역시 은퇴식이 우선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동료들이 힘을 북돋아줘 잘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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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집처럼 드나들었던 곳이다. 익숙한 출근길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은퇴사를 작성할 때부터 눈시울을 붉혔던 바. 이날도 몇 번이나 눈물을 쏟아냈다. 정우람은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다. 슬프기도 했지만, 설레기도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날은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치르는 한화의 마지막 정규경기이기도 하다. 내년부터는 새 구장인 베이스볼 드림파크에 보금자리를 튼다. 정우람은 “언제든 이곳에 오면 향수가 전달될 것 같다”고 끄덕였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눈에 밟혔던 것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팬들이다. 한참 동안이나 눈물을 삼킨 정우람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한화에 왔는데, 팬 여러분들을 많이 웃게 해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겨우 말을 이어갔다. 이어 “2018시즌,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모두 정말 기뻐하셨다. 준플레이오프(PO)에서 탈락했지만 그때도 팬 분들이 고생했다고 얘기해주시더라. 기억이 많이 난다”고 전했다.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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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을 열려 한다. 지도자의 역할에 매진할 계획이다. 정우람은 “여러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느꼈다”고 운을 뗀 뒤 “좋은 지도자라는 건 없는 듯하다. 그보다는 좋은 사람이 먼저 되고 싶다. 공부도 많이 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후배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항상 형을 생각해줘 고맙다. 덕분에 나도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선배가 있어 고맙다’고 얘기해줬다. 최고의 찬사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전=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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