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이 쓰는 ‘명가 재건’ 신호탄… 현대캐피탈이 꿈틀댄다

현대캐피탈 선수단이 11년 만의 KOVO 컵 대회 우승을 만들어내고 시상식에서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최고의 출발, 이번엔 다르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 대회(KOVO컵)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28일 통영 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했다. 2006, 2008, 2010, 2013년에 이어 11년 만에 품에 안은 KOVO컵 트로피다.

 

◆명장과 함께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이 득점을 올린 선수단을 향해 엄지를 세워보이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신임 필립 블랑 감독은 한국 무대 첫 대회부터 왕좌에 앉는 저력을 발휘했다. 현대캐피탈이 올해 2월 감행한 프랜차이즈 사상 첫 외국인 감독 선임이라는 결단이 가져온 달콤한 열매다.

 

소문난 명장이다. 프랑스 대표팀 감독, 폴란드 대표팀 수석코치는 물론 프랑스, 이탈리아 리그 유수의 클럽을 이끌었다. 2017년부터는 일본 대표팀에서 역량을 만개시켰다. 수석코치로 시작해 2022년 지휘봉을 잡아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위, 2024 VNL 준우승,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등 굵직한 성과를 올렸다.

 

◆명성 그대로

 

당차게 두드린 한국 무대, 벌써부터 리더십이 빛난다.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선수 파악을 마치면서 귀신 같은 선수 기용을 선보였다. 세터 이준협-미들블로커 김진영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이 그의 작품이었다.

 

2022∼2023 신인드래프트 수련 선수 출신의 이준협은 팀 약점인 세터 자리를 채울 기대주로 우뚝 섰다. 김명관의 입대(상무)로 인한 공백, 곽명우의 가정폭력 이슈로 인한 OK저축은행과의 트레이드 불발 등이 만든 어두운 터널 속 한 줄기 빛이다.

 

현대캐피탈 이준협이 2024 통영 KOVO 컵 대회에서 라이징스타로 선정된 후,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현대캐피탈 미들블로커 김진영이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대회 초반 이현승이 부진하자 곧바로 블랑 감독의 선택을 받은 이준협이다. 적중했다. 허수봉-레오-신펑 삼각편대와 경기를 거듭하며 좋은 궁합을 자랑했다. 원포인트 서버로 프로에 생존할 수 있게 해준 까다로운 서브 능력도 여전했다. 대회 라이징스타 상은 자연스레 그의 몫이었다.

 

2023∼2024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 지명된 김진영도 ‘뉴 페이스’ 신흥 미들블로커다. 사령탑 신임 아래 조별리그 막판부터 등장해 3경기 15세트 전부 스타팅으로 나섰다. 속공, 높이 모두 합격점을 받으며 30득점, 6블로킹 등의 성적표를 남겼다. 최민호-차영석이 버티는 트윈 타워를 흔들 강력한 변수다.

 

◆명가 재건

현대캐피탈 선수단이 2024 통영 KOVO 컵 대회 결승전에서 승리를 결정짓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팀의 묵직한 뒷심도 빛났다. 4경기 연속 풀세트에서 3승1패를 남겼다. 블랑 감독의 맞춤 전략도 빛을 발했다. 결승 적수 대한항공을 상대로 범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서브로 리시브를 흔든 게 대표적이다. ‘V리그 4연패’ 최강 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감독의 승부사 기질과 선수들의 실행 능력이 잘 버무려졌다.

 

기분 좋은 출발, 정규시즌으로 이어갈 일만 남았다. 초호화 라인업이 있어 두려울 건 없다. 올 시즌 주장을 맡아 KOVO컵 최우수선수(MVP)로 활약한 허수봉, 외인 드래프트에서 행운의 2순위 지명권을 챙겨 얻은 ‘쿠바 특급’ 레오, 아시아쿼터 히트작을 예약한 신펑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전광인, 차영석, 최민호, 문성민 등의 베테랑, 박경민-오은렬이 꾸린 리베로도 탄탄하다.

 

통산 정규리그 우승 5회, 챔피언결정전 4회 우승에 빛나는 ‘배구 명가’로의 회귀를 꿈꾼다. 마지막 챔프전 우승은 2018∼2019시즌이다. 하위권을 맴돌던 어둠을 지나 비상할 준비를 마친 현대캐피탈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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