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문광위 ‘모르쇠’ 정몽규 축구협회장… 현안질의 ‘아수라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감독 선임에 음모나 불공정 없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아니었다고 선언하면 아닙니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소속 의원들은 그저 자료 제출이 미비하다고 호통만 치는 정치적 퍼포먼스뿐이었고, 진정한 문제해결은 뒤전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비협조적인 자료 제출은 물론 감독 선임 과정의 의혹 등에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는 오전부터 문체위 현안 질의가 열렸다. 이날 현안 질의에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장미란 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택규 배드민턴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이어 정 협회장을 포함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 등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감독 선임 절차상 문제를 최초로 지적한 박주호 전 축구선수와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국회의원들의 모두발언부터 호통이 난무했다. 김승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안질의를 위해 자료를 요구했는데 공통 질의자료 129건 중에 절반 이상이 개인정보 보호라든지 비밀약정 규제로 인해 아예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수현 의원도 “축구협회에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관련한 전력강화훈련 회의록, 임시감독 선임 과정에 관한 회의록을 요청했는데 축구협회는 보도자료 링크 한줄만 보냈다”며 “이건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이 사안에 대해서 전혀 바로 잡거나 협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안질의에서는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문체위 위원들은 이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의 전권을 위임받은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11차 회의의 절차적 정당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장이 무슨 자격으로 전권 위임을 하나?”라며 “11차 회의는 물론 이 이사가 위임받은 부분도 불법이고, 그 불법의 토대 위에서 서류 제출도 안 하고 사전 면접도 안 하고, 홍 감독이 선임됐다. 이거 불법인가 아닌가”라고 소리쳤다.

 

 같은 당 강유정 의원도 “이임생 이사가 전력강화위원장을 겸임해도 되는가? 안 된다. 정관을 위반했다”면서 “홍 감독 선임 이후 이사회 열린 이사회, 안건, 결정사안 어디에도 이 이사에게 전력강화위원회 일부를 위임한다는 내용이 없다. 차라리 모른다고 해라”라고 꼬집었다. 이어 “(축구협회가) 동네 계모임이나 동아리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정 협회장은 “우리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앞선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거나 제외된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충분히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의원들은 전력강화위 회의가 사실상 홍 감독이 선임되도록 몰아가는 식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했다. 전력강화위는 투표를 통해 감독 최종 후보를 정했고, 이 때 홍 감독과 다비트 바그너 감독이 나란히 7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홍 감독이 최다 추천을 받은 건 아니지 않나. 최다라는 건 한 명을 말하는 것”이라며 “홍 감독을 염두에 두고 한 과정이 아니라면 이렇게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해성 전 위원장은 “2명이 같은 7표로 받아 동표가 나왔다고 (정 회장에게) 말씀을 드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이사 역시 “다비트 바그너 등 외국인 감독과의 면접을 마치고 돌아온 즉시 홍 감독과의 면담을 위해 자택 근처로 찾아갔다”며 “면담을 하면서 이 분이 한국 축구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어 요청을 드렸다”고 답했다.

 

 홍 감독은 “불공정하거나, 아니면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전력강화위에서 1순위로 올려놨기 때문에 감독직을 받은 거였다. 혹시 2위라든지 3위였다면 난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 축구 인생 40년 중 가장 힘든 시간이 2014년 월드컵 끝난 뒤였는데…. 거기에 들어간다는 것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이사의 말을 외면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위기에 놓인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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