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공연장의 현실] 임영웅, 스타디움 공연에 세운 이정표…트와이스·뉴진스 ‘축구화 공연’

가수 임영웅이 5월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사진=물고기뮤직

 

축구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두고 우려가 쏟아지자 그라운드에 입성하는 스타들은 잔디 훼손 최소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연예계 대표 ‘축구 덕후’ 임영웅은 지난 5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지만 축구팬들에게 비난이 아닌 찬사를 받았다. 무려 수십억원의 손해를 무릅쓰고 그라운드석 판매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임영웅은 그라운드를 최대한 피해서 무대를 설치했고 기존 관중석이 곧 관객석이 됐다. 좌석으로 잔디를 침범하지 않는 대신 그라운드 위에는 하얀 스크린을 깔아 스크린으로 활용하며 공연을 펼쳤다. 또한 그라운드를 둘러 4면에 돌출 무대를 설치해 팬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심지어 임영웅은 공연 직전 관객이 입장하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무대를 설치했다. 이를 위한 사전 연습을 진행하기도 했다. 1회 공연 뒤에는 모든 시설을 철거했고 다음날 다시 실시간으로 무대를 설치했다. 아무리 특수 보호재를 깔아둔다고 해도 시설물이 장기간 그라운드를 차지하고 있으면 그 밑에 깔린 잔디가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 직전 무대를 설치하고 이를 공연 기간 내내 두는 게 일반적이지만 임영웅은 잔디 보호를 위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냈다.

 

또 임영웅은 지난해 FC서울 홈경기에서 시축 및 축하 공연을 했다. 당시에도 임영웅은 그라운드에서 축하 공연을 하면서 잔디 손상을 우려해 본인은 물론이고 댄서 전원에게 축구화를 선물해 신도록 했다.

 

하지만 이른바 ‘임영웅급’이었기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콘서트 등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아티스트가 이런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룹 트와이스가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시리즈' 토트넘과 팀 K리그와의 경기 하프타임때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그룹 뉴진스가 8월 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 홋스퍼와 FC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에서 하프타임에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영웅을 시작으로 그라운드 위 축하 공연을 펼치는 가수들의 축구화 패션이 점차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축구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며 잔디 보호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다. K-팝 간판 걸그룹 트와이스와 뉴진스는 7∼8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멤버 전원이 축구화를 신고 축하 공연을 펼쳐 호응을 얻었다. 여기에 앞서 6월에는 걸그룹 국내 최다 인원 24명의 멤버로 구성된 트리플에스가 울산 HD FC 홈경기 하프타임 공연 때 멤버 전원이 축구화를 신고 칼군무를 선보였다.

 

또 앞서 4월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을 펼친 세븐틴은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무대 구성과 안전장치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잔디 중간을 가로 지르는 돌출 무대가 아닌 그라운드 외곽, 경기장 테두리에 무대를 설치했다. 잔디 보호를 위한 덮개를 설치한 뒤 그 위에 객석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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