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공연장의 현실]아이유 ‘더 위닝’, 10만 관객과 함께…상암벌 ‘마지막 그라운드 공연’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아이유의 앙코르콘서트 '더 위닝'의 모습.

 아이유가 상암벌을 가득 채웠다. 공연을 앞두고 축구팬과 유애나(아이유 공식 팬덤명)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자신의 100번째 공연이자 첫 상암 공연을 무사히 완주했다.

 

 지난해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에 관해 축구인과 팬들의 불만이 이어져오고 있었다. 여론이 악화하자 서울시는 ‘그라운드석을 제외한 대관만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21∼22일 개최 예정이던 아이유의 콘서트는 정상 개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10만장의 티켓이 일찌감치 매진된 상황에서 취소하기는 어려웠고 서울시도 이를 받아들였다. 아이유 콘서트는 사실상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에 관객석을 마련한 마지막 공연으로 남게 됐다.

 

◆아이유, 국내 여가수 최초 상암 입성

 

 2022년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로 K-팝 여가수 최초로 올림픽주경기장에 입성한 아이유는 이번에도 최초의 기록을 쓰며 상암에 입성했다. 두 경기장 모두 약 5만명 규모로 이에 준하는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가수만이 설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가수에게 공연장의 크기는 인기의 척도다. 아이유는 국내 최정상급 가수로 1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국내 공연장의 현실은 수많은 유애나의 수요를 따를 수 없는 처지였다. 아이유의 공연 개최가 예고된 후 잔디 문제가 불거져 난감한 상황에 놓였지만 서울 시내 공연장 현황과 관객 동원력을 고려한다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아이유의 앙코르콘서트 '더 위닝'의 모습.

◆왜 상암일 수밖에 없었나

 

 국내 공연장 현황은 열악하다.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서울 시내에 2만석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을 찾기 힘들다. 2018년 재탄생한 KSPO돔(구 체조경기장)은 최대 1만5000여석을 수용할 수 있다. 지난해 가수 임영웅과 김동률은 해당 공연장에서 6회 공연을 열었다. 그룹 NCT 127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주간 6회 공연을 열어 관객의 수요를 맞췄다. 2만5000여명을 수용하는 고척 스카이돔이 있지만,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홈경기장으로 일정이 빡빡해 대관 자체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지난해 12월 오픈한 K-팝 전용 아레나인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선택하는 가수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1만5000석의 한정적인 객석은 명쾌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특히 접근성의 문제가 크다. 서울 근교의 고양종합운동장(최대 4만석),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최대 3만석)도 접근성과 기후 영향 등의 한계가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설립 예정이던 CJ 라이브시티 완공은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 창동 서울아레나는 2027년 이후에나 개장이 가능하다. ‘공연장 대관이 쉽지 않아 한국은 월드투어에서 제외한다’는 해외 팝스타들의 행보가 무리는 아니다. 올림픽주경기장이 공사에 들어가 결국 차선책으로 올해만 임영웅, 세븐틴, 아이유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공연을 택했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수 아이유의 앙코르콘서트 '더 위닝'의 모습.

◆아이유도 서울시도 ‘잔디 보호’ 최선

 

 잔디 문제가 불거진 후 축구팬을 중심으로 잔디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이는 콘서트를 앞둔 아이유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아이유 공연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이후부터 그라운드석 대관을 중단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나오자 팬들은 분노했다. 아이유 팬들은 “잔디 문제는 전적으로 공단의 관리 소홀 책임인데, 서울시가 잔디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가수에게 전가한다”고 성명문까지 발표했다.

 

 콘서트를 준비하는 아이유 측도 잔디 보호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라운드 내 가설무대 미설치 등 잔디 보호를 위해 동참했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 “스타디움 잔디 보호를 위해 사전에 안내받은 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했다”며 “공연장 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유관 담당자들과 지속해 협의하고 소통했다”고 준비 과정을 전했다.

 

 지난 22일 공연장은 그라운드석부터 가장 높은 3층까지 5만 관객이 가득 찼다. 관객석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주최 측은 잔디 보호용 패드를 깔고 그 위에 관객을 위한 객석을 준비했다. 기존 공연에서 볼 수 있는 돌출형 무대, 이동형 카트 등도 없었다. 아이유는 하늘을 나는 리프트를 타고 반대편 무대에서 메인 무대로 이동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