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치매’ 앓는 엄마 돌보려 미국서 돌아온 막내딸 부부…“엄마가 있어서 좋아” (인간극장)

 

23일(월)부터 27일(금)까지 오전 7시 50분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아픈 어머니를 위해 미국에서 고향 전북 무안으로 돌아온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무슨 일을 하든 속전속결인 아내 박정미(52) 씨와 매사 신중하고 생각이 많아 느린 남편 이동은(55) 씨. 토끼와 거북이 같은 두 사람은 5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던 정미 씨의 엄마 윤귀재(80) 씨를 모시기 위해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무안으로 돌아왔다.

 

 

뇌출혈로 인한 편마비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기도 힘든 귀재 씨. 혈관성 치매까지 앓고 있어 컨디션이 나쁠 땐 거침없는 욕을 쏟아내기도 하는데 하필 그 대상은 사위 동은 씨. 장모님의 말에 상처받을 만도 하건만 동은 씨는 “감사합니다~”, “땡큐~” 라는 말로 넉살 좋게 웃어넘긴다. 이뿐만이 아니다. 눈만 뜨면 장모님에게 효자손으로 칼싸움을 청하고, 심심할 틈 없이 늘 장난을 걸며 ‘장모님의 개그맨’을 자처하는 동은 씨. 덕분에 장모님은 3년 전, 요양병원에서 나왔을 때보다 몸도 마음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편, 밭에 나갈 때를 제외하곤 늘 엄마 곁에 붙어있는 다정한 딸 정미 씨는 사실 5남매 중 유독 애틋한 막내였다. 정미 씨가 결혼한 후에도 철마다 김치와 반찬을 보내주고, 생일이면 꼬박꼬박 ‘너 사고 싶은 거 사라’며 5만 원을 보내주던 엄마. 그래서 정미 씨는 지금의 시간이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광주로 유학 가며 엄마 품을 일찍 떠나느라 엄마는 늘 그리움이었다. 그래서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라는 단어를 마음껏 부를 수 있는 요즘의 하루가 더 소중하다는 정미 씨.

 

이렇듯 무안 생활에 잘 적응한 부부도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베테랑 농부에게도 쉽지 않은 ‘친환경 농사’. 수확의 기쁨보단 텅 비어가는 통장을 보는 슬픔이 더 클 때가 많았다. 이런 초보 농부를 위해 50년간 고추 농사를 지어 온 동은 씨의 엄마, 장세주(87) 씨가 경주에서 온다. 아들 내외의 고추밭을 보며 노하우를 한껏 전수해준다. 한편으로는 아들을 뺏긴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역시 아들의 운명이고 아들이 선택한 길. 세주 씨는 열심히 살아가는 아들 부부를 보며 웃음을 짓는다.

 

 

사돈이 집으로 돌아간 후, 갑자기 친정집에 가고 싶다는 귀재 씨. 그러나 넓은 마당에 무화과나무가 가득했던 귀재 씨 기억 속 친정집은 폐가가 되어 있었다. 결국, 망연자실하게 돌아온다. 실망했을 엄마를 위해 정미 씨,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무화과를 사러 간다. “엄마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웃는 정미 씨.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돌아온 정미 씨에게 누군가는 ‘희생’이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미 씨는 지금 한국으로 가지 않으면 앞으로 엄마와의 시간이 영영 없을 것만 같았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엄마 때문에 돌아온 고향 집에서, 엄마를 위해 집과 밭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정미 씨. 엄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엄마가 있어서 좋아”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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