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동화’ 쓰는 리디아 고, LPGA 시즌 3승… 커리어 그랜드슬램 향해

리디아 고가 22일 마무리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에서 시즌 3승을 챙긴 후, 우승 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잊을 수 없는 한 해다.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23일 미국 오하이오주 메인빌의 TPC 리버스 벤드(파72)에서 마무리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뒤집기 한판

 

1라운드 5언더파로 출발한 리디아 고는 2라운드에서도 6타를 줄이며 2위(11언더파 133타)로 레이스를 지속했다. 3라운드에서도 3언더파를 올렸으나, 선두를 달리던 지노 티띠꾼(태국)을 끌어내리지는 못했다.

 

2타 차 2위로 최종라운드에 임했다. 전반 홀부터 버디 3개를 쌓아 티띠쿤을 한 타 차로 압박했다. 후반 홀에 박차를 가했다. 10번 홀(파4) 버디로 출발하더니, 11번 홀(파5)에서는 투온 이후 이글을 건져올리며 기어코 티띠쿤을 잡아채고 단독 선두 등극에 성공했다.

 

나머지는 리디아 고의 판이었다. 13번, 15번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차례대로 버디를 쓸어담으며 우승 쐐기를 박았다.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7개를 묶어 무려 9타를 줄이는 강력한 몰아치기로 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뜨거운 여름

리디아 고가 지난달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식에서 눈물 짓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리디아 고의 시즌 3승째이자 투어 통산 22승이다. 올해 1월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챔피언스 토너먼트를 제패하며 출발한 그는 한동안 스포트라이트를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에게 내주며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한여름을 기점으로 살아났다. 지난달 2024 파리올림픽이 신호탄이었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뚫고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은), 2020 도쿄(동)을 엮어 골프 종목 최초의 금·은·동 석권에 성공했다.

 

경사가 줄지었다. 최연소(27세 4개월)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에 입성했다. 지난달 말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에서는 8년 만에 자신의 3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추가했다.

 

기세 그대로 오른 또 하나의 왕좌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도 코다(244점)에 이은 2위(144점)로 도약했고, CME 글로프 레이스에서도 코다(3735점)에 이은 2위(2500점)에 자리했다.

 

◆동화 속 주인공

리디아 고가 22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크로거 퀸 시티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티샷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꿈같은 나날의 연속이다. 리디아 고는 “유럽에서 믿을 수 없는 3주를 보낸 뒤, 3주를 쉬고 나왔기에 확신이 없었다”면서도 “많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기에, 그보다 더 나은 골프를 하려 했다”고 웃었다.

 

이어 “이런 라운드(최종 4라운드)로 우승을 확정 짓는 건 무척 특별하다. 정말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그는 “지난 몇 달간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제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메이저 4대회 우승)’이다. US 여자오픈이나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중 하나의 트로피만 추가하면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한편, 이번 대회에 나선 한국 선수 중에서는 유해란이 최종 17언더파 271타로 3위에 올라 최고 성적을 냈다. 임진희와 김아림은 공동 9위(12언더파 276타)에 올랐다. 임진희는 신인상 포인트 625점으로 사이고 마오(일본·679점)에 이은 2위를 달리는 중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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