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멘탈 퍼포먼스] 인천 최재영 감독이 발휘하는 진성 리더십

사진=장기문 인천유나이티드 기자

 

지도자가 진성 리더십을 잘 발휘하면 훌륭한 팀을 만들 수 있다. 지도자와 선수 간에 신뢰와 믿음이 형성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성 리더십은 신뢰와 믿음을 기반으로 발휘가 되기에 난이도가 높다. 오랜 시간이 지나야 완성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진성 리더십은 한 팀을 오랫동안 맡아 지도한 지도자가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2024 GROUND.N K리그 U17 챔피언십’과 ‘2024 전국 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이끌며 고교축구를 평정한 인천유나이티드 U18 대건고 최재영 감독은 진성 리더십을 통해 성과를 만들었다. 최 감독은 키 190㎝ 장신이다.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로 인해 진성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최 감독은 팀 선수들을 절대 강하게 이끌지 않는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통해 팀 선수들이 스스로 느끼고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러한 리더십은 팀 훈련장과 라커룸 토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화를 내기도 한다.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태도가 올바르지 못할 때다. 최 감독은 훌륭한 선수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을 태도로 꼽는 지도자다. 

 

사진=장기문 인천유나이티드 기자

 

최 감독의 진성 리더십은 인천유나이티드에서 12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는 동안 만들어졌다. 인천유나이티드 U12 코치 4년, U18 대건고에서 감독과 코치를 각각 4년씩 했다(감독 4년, 코치 8년). 최 감독은 U18 대건고 코치 시절 4년과 감독 1년 차에 자신의 지도 철학이 완성됐다고 말한다. “1~2년 차에는 팀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한 조언을 하며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지도했어요. 하지만 3~4년 차에는 선수들이 스스로 하지 않으면 억지로 끌고 가며 강하게 훈련을 시켰어요. 이 시기에 성적이 좋았고 진학도 잘 됐기 때문에 이 지도 방법이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감독 1년 차에도 동일한 지도 방법을 활용했어요. 결과는 실패였어요. 이 시기에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최 감독은 자신이 지도한 선수들이 프로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대한 진학 후 다시 콜업을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지도 철학을 수정·보완한다. 팀 선수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선수들을 기다려 주게 된다. 하지만 지도 철학을 바꾼 뒤 팀 성적이 좋지 않았고 주변 지도자들에게 조언을 듣게 된다. “주변 선후배 지도자들이 다시 강하게 하라고 조언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어요. 강압적이고 수동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선수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됐거든요.” 최 감독은 자신의 지도 철학을 의심치 않았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며 결국 꽃을 피웠다.

 

사진=장기문 인천유나이티드 기자

 

최 감독은 우승 당시 어떠한 진성 리더십을 발휘했을까? 최 감독과의 줌(화상) 미팅을 통해 비밀을 알게 됐다. 첫째, 치밀한 영상 분석을 통해 선수들에게 승리 공식을 전달했다. 상대의 공격과 수비를 면밀히 분석한 뒤 상대의 공격을 막고 골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선수들에게 제시했다. 특히, 세트피스에 공을 많이 들였다. 실제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빛을 발했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영상 분석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강해졌다. 선수단은 코칭스태프를 더 신뢰하고 믿게 된다. 처음 가는 길이 어두운 밤길이라면 무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처음 가는 밤길의 정보를 잘 알고 동료와 함께 걸어간다면 무섭지 않다. 치밀한 영상 분석은 팀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한층 더 높이게 된다. 

 

둘째, 정해진 베스트 없이 실력 위주로 명단을 구성했다. 고등학교 대회는 대부분 고3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선발 기회를 부여한다. 대학 진학에 필요한 출전 시간 때문이다. 최 감독은 고3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발 기회를 주지 않았다. 철저하게 실력과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선택했다. 영상 분석의 정보를 토대로 맞춤 선수를 기용했다. “고3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하지 않은 건 제가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결정한 부분이에요.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왕중왕전 대회에서 인천은 선수 가용 폭이 상당히 넓었다. 이러한 경기 출전 기준은 팀 선수들의 자기관리 수준을 높이고 긴장감을 유지시켰다. 어려움도 있었다. 코칭스태프와 출전 선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과열된 적이 많았다고 한다. 최 감독은 이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했고 더 신중하게 출전 선수 명단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사진=장기문 인천유나이티드 기자

 

셋째, 멘탈 코칭을 통해 선수들의 마음과 생각을 관리했다. 인천 선수들은 이미 심리 교육을 7년째 받고 있다. 심리기술 전략에 대한 정보와 활용 수준이 높다. 자기암시, 이미지 활용, 에너지 수준 관리 등 다양한 심리기술 전략을 잘 활용한다.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 최 감독은 경기 전에 윈 어글리(Win Ugly)를 유독 강조했다. 윈 어글리는 ‘어떻게든 이겨라’이며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적극적인 몸싸움과 태클, 공중볼 경합, 공격적인 볼 터치 및 돌파 시도, 끝까지 러닝 디펜스 등을 말할 수 있다. 최 감독이 주문한 윈 어글리는 팀의 심리적 과정 단서가 됐고 팀 선수들의 마음과 생각을 예열하게 된다. 즉,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서 활용하게 된다. 

 

넷째, 1대1 맞춤 개인 상담을 진행했다. 최 감독은 심리상담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선수와 상담을 아주 잘한다. 최 감독은 선수와 1대1 상담을 자주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선수의 생각을 확인하고 저의 생각을 선수에게 공유해 서로의 생각을 동일하게 맞추려고 해요. 선수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지워주고, 나아가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지도자가 선수에게 인간적인 면과 믿음을 전달하면 확실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상담을 진행하다가 눈물을 흘린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상담 과정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높이게 되고 더 나아가 팀 위닝 멘탈리티의 동력을 만들게 된다. 

 

사진=장기문 인천유나이티드 기자

 

그렇다면 최 감독의 정신건강 관리는 어떻게 할까? 프로 산하에 개성 넘치는 선수들을 관리하고 성적과 진학에 신경을 써야 하는 감독 위치는 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은 평소에 축구와 관련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큰 도움이 돼준 건 역시 아내였다. “퇴근 후 아내와 하루 일과를 털어놓으며 시간을 보낼 때가 많은데, 이때 큰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크고 작은 고민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아내는 부모의 시각 또는 비 선수 출신의 시각으로 피드백을 주게 되는데 이러한 피드백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 큰 도움이 돼요. 아내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최 감독의 우승 소감을 들어봤다. “우승은 제가 잘해서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모두 하나가 되어서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요. 또 힘들고 어려울 때 질책 보다 믿고 기다려 주신 인천유나이티드 임중용 단장님의 공도 크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믿어 주셨기 때문에 저의 축구를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어요.” 최 감독은 우승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았다. “우승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저의 목표는 인천유나이티드를 대표할 수 있는 그런 선수를 한번 키워 보고 싶어요.”

 

사진=장기문 인천유나이티드 기자

 

스포츠 현장에서 같이 활동하는 지도자들에게도 조언을 했다. “지도자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말고 선수를 육성하는데 더 책임감과 진성성을 가지고 지도했으면 해요. 지도자가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결국 나중에는 알아줄 것이기 때문에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올바르지 못한 부모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그동안 온갖 수모를 많이 겪었다. 좋은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았다. 때문에 이번 우승이 정말 값질 수밖에 없다. 다른 시각으로는 ‘얼마나 마음속으로 칼을 갈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기에 패했을 때 최 감독은 항상 필자에게 동일한 말을 했다. “내가 부족해서 진 거야.” 최 감독은 힘든 시간을 잘 인내했다. 이번 최 감독의 진성 리더십 사례가 대한민국 축구 지도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 

 

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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