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컵 개막] 강력해진 외풍, 버텨야할 토종들… 코트 위 무한경쟁, KOVO컵부터 빅뱅

지난해 경상북도 구미의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KOVO컵 대회 경기에 관중들이 들어차있다. 사진=KOVO 제공

 

위기와 기회가 뒤섞인 전초전이 온다.

 

스쳐간 봄과 유독 길었던 여름. 5개월의 침묵을 지나 배구가 다시 팬들 곁에 선다. 메인무대가 될 V리그 개막에 앞선 최고의 사전행사가 먼저 베일을 벗는다. 바로 경남 통영시에서 펼쳐지는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다. 21일부터 28일까지 남자부 경기가 펼쳐지고, 이어 29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여자부 경기가 열린다.

 

◆최고의 프리시즌

 

KOVO컵은 구단의 치열했던 비시즌 결과물을 살펴보고 새 시즌 판도를 예측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더욱 반갑다. 예년과 달리 외인 및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출전에 걸림돌이 없기 때문이다.

 

예년 KOVO컵은 7∼8월에 열렸다. 해외 선수들은 이 기간 국제배구연맹(FIVB)이 발급하는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나오지 않아 정식 선수 등록이 불가능했다. 이번에는 ITC 발급이 시작된 8월30일 이후 대회가 열리면서 모든 구단이 문제없이 외인 선수를 내보낼 수 있게 됐다.

 

구단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정규시즌 개막(10월19일)을 앞두고 여러 조합을 실험하고 최상의 결과물을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 훈련과 실전의 간극을 파악하고 보완점을 찾기에 이보다 더 좋은 코트는 없다.

 

◆강해지는 외풍

지난 5월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남자부 7개 구단의 선택을 받은 지명자들이 한 데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다가올 프로배구는 여전히 외국인 선수가 팀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두 시즌 만에 대한항공과 재회한 요스바니를 필두로 현대캐피탈의 레오, KB손해보험의 비예나는 경력직이다. 폭발력이 검증된 이들은 이번 시즌에도 각 팀의 에이스 중책이 주어질 예정이다. 터줏대감들에게 도전하는 걸출한 ‘뉴 페이스’들도 흥미롭다. 한국전력의 루이스 엘리안 에스트라다는 레오를 잇는 쿠바산 폭격을 꿈꾸고, 우리카드의 마이클 아히는 외인 선수로 주장 중책까지 맡으며 팀을 이끌 예정이다. 여기에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특별 지명을 받은 OK저축은행의 마누엘 루코니, 뒤늦게 투입된 삼성화재 블라니미르 그로즈다노프까지 데뷔전을 기다린다.

 

더 눈여겨 볼 곳은 바로 아시아쿼터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이 제도는 올해 영향력이 배가 될 전망이다. 아시아쿼터 대상 나라를 기존 10개국에서 아시아배구연맹(AVC)의 65개 회원국으로 확대했다. 이중국적 선수들까지 허용되면서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대거 V리그를 노크했다. 덩달아 구단의 옵션도 크게 늘었다.

 

영향력은 지대했다. 남녀 도합 12명의 새 얼굴이 밀려든다. 남다른 피지컬을 앞세운 중국, 이란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먼저 대회 출발을 알릴 남자부(21일∼28일)는 7개 구단 모두 새 얼굴을 택했을 정도로 좋은 자원들이 쏟아졌다. 우리카드가 1순위로 지명한 이란 대표팀의 2004년생의 젊은 기대주 알리 하그파라스트(194.6㎝)를 비롯해 OK저축은행의 장빙롱(중국·196.3㎝), 삼성화재의 최장신 알리 파즐리(이란·199.9㎝) 등이 눈길을 끈다.

 

모 구단 관계자는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능력치가 기존 외인 수준으로 크게 치솟았다. 때문에 새 시즌 예측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들의 리그 적응, 성장 여부에 따라 판도가 요동칠 것”이라며 “이번 대회부터 새 얼굴들을 분석하는 탐색전이 흥미로울 것이다. 재밌는 관전포인트”라고 짚었다.

 

◆위기를 기회로

우리카드 김지한이 득점을 올리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아시아쿼터 경쟁력 강화의 이면에는 차가운 현실도 숨어있다. 갈수록 국내 선수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우승을 위한 경기력 제고가 제1목표인 구단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해외 선수들을 가만히 웜업존에 둘 이유가 없다.

 

특히나 인기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남자부에서는 이 무한경쟁을 뚫을 ‘토종 에이스’의 등장이 간절하다. 결국 국내 배구 인기를 높이고 유소년 유입을 늘리는 데에는 국내 스타플레이어 탄생만 한 게 없다. 이번 KOVO컵에서 빛을 뿜어낼 별을 기다리는 이유다.

 

일명 ‘99즈’로 불리는 김지한(우리카드), 임성진(한국전력)은 지난 시즌부터 소속팀의 핵심 자원으로 우뚝 섰다. 또 다른 핵심 ‘99즈’ 임동혁도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이번 KOVO컵 나들이에 나설 예정이다.

 

라미레스호의 ‘신 스틸러’로 나선 OK저축은행의 신호진도 주목해야 한다. 신장은 186㎝로 크지 않지만, 남다른 탄성과 파워 그리고 왼손잡이라는 장점을 살린 아포짓 스파이커로 주목받는다. 이번 시즌을 통한 스텝업이 기대되는 자원이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의 차기 핵심 날개 정한용도 계속되는 대표팀 선발로 경험치를 쌓아 기대감이 올랐다. 여기에 기존 에이스들인 허수봉(현대캐피탈), 정지석(대한항공) 등도 여전히 화제를 몰고 다닐 수 있는 스타들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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