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튜브와 동행하는 시대

엔믹스 해원. 뉴시스 제공

 유튜브가 세상을 지배하면서 연예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제는 열혈 팬이 스타를 만드는 시대까지 찾아왔다.

 

 최근 4세대 여자 아이돌 걸그룹 멤버 중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물이 있다.

 

 JYP 소속의 6인조 그룹 엔믹스(NMIXX)에서 리더이자 메인보컬을 맡고 있는 오해원이라는 친구다. 하얗고 동글동글한 인상으로 팬들에게 ‘농담곰’으로 불리는 오해원은 뭐든지 척척 해내는 학급반장 같은 이미지와 재치 넘치는 말솜씨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K-POP 아이돌의 아르바이트 체험 콘텐츠인 ‘워크돌’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올해 초 메인 출연자로 발탁된 오해원은 뛰어난 말솜씨와 재치로 구독자 수를 늘리더니 지난 6월 승무원(에어부산) 편에서 여름 내내 방송계를 휩쓴 밈(유행어)까지 탄생시키며 주가가 치솟았다. 승무원 복장을 한 뒤 승강기 안 거울을 보고 “외모 첵(체크)”이라고 외친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동료 아이돌은 물론 일반인까지 이를 따라했다. 숏폼(짧은 영상)에서 “외모 첵”이라고 외치는 영상은 흔한 콘텐츠다.

 

 그런데 돌아보면 오해원이 인기를 끌게 된 빼놓을 수 없는 이유 한가지가 존재한다.

 

 바로 팬이 만든 유튜브 채널 ‘또 오해원’이다. 이 채널은 엔믹스의 팬튜브다.

 

 한 팬이 해당 멤버들의 쇼츠 영상을 꾸준히 올려왔고 그 중에서 오해원의 영상이 가장 많았다. 채널의 인기가 확산되자 “본업보다 쇼츠로 더 유명하다”는 평가까지 생겨났다. 열혈 팬 1명이 만든 유튜브 채널로 인해 이름을 알리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셈이다. 팬이 스타를 만드는 시대임을 증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 채널의 구독자는 무려 52만명을 넘어섰다. 

 

 팬튜브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 인터넷 유명인의 영상을 재가공해 유튜브에 올리는 팬 문화를 일컫는다. 이제는 단순히 유튜브 뿐 아니라 SNS나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전반에 업로드하는 등 팬메이드 콘텐츠를 전체적으로 일컫는 단어가 됐다.

 

 광의의 개념으로 팬튜브가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은 과거 걸그룹 EXID의 역주행 사건부터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위아래’라는 곡이 하니의 직캠 영상으로 뒤늦게 인기를 얻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또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역시 한 유튜버의 댓글모음 영상으로 역주행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또 오해원’처럼 열혈 팬의 꾸준한 활동으로 인한 스타탄생과는 결이 다르지만 팬의 영향력이 발현된 시작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꾸준히 이어져 온 출구없태연, 내이름은 이효리, 우리도 연인가봐요, 소녀시대 연구소 등의 팬튜브도 익숙한 콘텐츠다.

 

 물론 부작용도 존재한다. 일반인이 영상에 들어갈 경우 초상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며 소속사 자체 콘텐츠가 부족해 방송 출연분을 사용하면 저작권으로 인해 마찰이 생길 수 있다. 또 팬심으로 운영하는 채널이지만 영상 조회수로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경우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해당 연예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 누구나 영상을 찍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이용이 일상인 시대다. 팬의 영향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소속사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기의 증폭이 아닌 인기를 견인하는 팬튜브가 생겨나는 만큼 해당 연예인과 팬튜브는 동행의 단계까지 왔다고 볼 수 있다. 

 

권기범 연예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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