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이핑크→배우’ 손나은 “10년 넘게 많은 사랑…중요한 게 뭔지 볼 수 있는 능력 생겼죠”

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할 때만 해도 ‘비글미’ 넘치는 멤버들 속에서 내성적인 비글과도 같았던 손나은. 벌써 데뷔 14년 차가 된 손나은은 어엿한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데뷔 초와 마찬가지로 낯을 가리는 듯도 했지만 본인 의견과 생각을 술술 말할 때면 여유가 더 돋보인다. 대부분의 경력을 차지하고 있는 에이핑크 멤버, 그리고 존재감을 빛내기 시작한 연기자로서의 경험이 지금이 손나은을 만들었을 터다.  

 

그런 경험이 쌓여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는 손나은. 앞으로 그려나갈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도 그래서다. 

 

손나은은 지난 15일 막을 내린 JTBC 토일드라마 ‘가족X멜로’에서 변미래를 연기했다. 그는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손나은은 지난 15일 막을 내린 JTBC 토일드라마 ‘가족X멜로’에서 ‘엄마 최애’ 장녀이자 ‘짠내’나는 직장인 변미래 역을 맡아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변미래는 극 중 아버지 변무진(지진희)이 가족을 버렸다는 생각에 마음의 문을 닫고 상처주는 말을 쏟아내지만 점점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마음의 거리를 좁혀간다. 

 

손나은은 변미래의 섬세한 감정 변화를 유려하게 그려내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재확인 했다. 여기에 더해 일과 가족뿐이던 삶에 사랑이 파고들면서 변화하는 상황과 감정 또한 다채롭게 담아내 ‘로코 요정’으로서도 활약했다. 

 

손나은은 ‘가족X멜로’ 종영을 앞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전 제작된 ‘가족X멜로’의 촬영은 지난 2월 종료됐다. 손나은 또한 시청자의 입장으로 본방송을 지켜보면서 드라마에 몰입했다. 소감을 묻자 그는 “사실 모든 장면들을 다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 감독님이 그걸 또 예쁘게 편집해 주셔서 방송은 다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 미래가 독립을 하고 나서 엄마(김지수)가 주고 간 편지를 뒤늦게 확인하면서 엄마의 진심을 알게 되고 엄마랑 침대에 같이 누워서 대화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손나은은 “실제로 그 신을 찍을 때 선배님께서 직접 손편지를 써주셨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감정 이입이 잘 됐다. 같이 누워서 대화하는 장면도 사실 리허설 때부터 울컥했다. 선배님이랑 저랑 그 정도까지 우는 신이 아닌데도 너무 감정이 올라와서 오히려 (감정을) 억누르면서 찍었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대사도 따뜻하고 애틋했고, 선배님 눈을 보면서 촬영하는데 눈물이 엄청 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장면이 어떻게 방송에 나올까 약간 기대가 됐었다. 방송이 나가고 나서 그때 추억을 생각하면서 선배님께 저희 장면 너무 좋았다고 연락을 드렸다. 선배님도 우리 눈물 콧물 흘리면서 찍은 신 너무 좋았다고 해주시더라”라고 미소 지었다. 


손나은이 꼽은 장면도 그렇지만 ‘가족X멜로’ 특성상 감정 연기가 특히 많았다. 이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음에 손나은은 “감정 신들이 많긴 했다. 미래 감정 신들이 많았고 아빠와의 애증 관계에서 나오는 복잡한 감정 신들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사실 뭔가 준비를 한다기보다 연기를 하다 보니까 딱 그 상황이 됐을 때 그 신에 집중을 해서 자연적으로 감정이 잘 전달이 됐다”며 “이번에는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고 가족 이야기다 보니까 그렇게 감정을 잡는 게 어렵진 않았다”고 답했다. 

 

미래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특히 감정 이입이 됐다. 손나은은 “미래도 저도 장녀이기 때문에 책임감이나 열심히 사는 모습 같은 게 공감이 됐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미래와의 싱크로율이 어떤지 묻자 “사실 처음에는 미래랑 저랑 비슷하다고 생각을 안 했는데 연기를 할수록 비슷한 점이 많구나 느꼈다”고 답했다. 이어 “감독님도 리딩할 때 ‘나은 씨에게 미래가 있어요. 미래가 보여요’ 이렇게 얘기를 해주셨다. 싱크로율은 그래도 100%는 아니어도 반반이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미래와 가장 다른 점을 두고는 “일단 가정 환경이나 처한 환경이 기본적으로 너무 다르다. 또 미래나 저나 생각이 많은 사람인 것 같은데 미래는 생각이 많은 것에 비해 추진력이 강하고 행동파인 것 같다. 바로 일사천리로 해결해 버린다”며 “근데 저는 생각이 많고 추진력은 없다. 행동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고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좀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변미래가 섬세하고 입체적인 인물인 만큼 촬영 전 캐릭터 구축도 중요했을 터. 손나은은 “사전에 감독님, 선배님과 자주 만났다. 얘기도 많이 했고 특히 김지수 선배님께서 선배님 캐릭터 말고도 미래나 무진에 대해서도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하셨더라”라고 운을 뗐다. 그는 “선배님이 ‘미래는 이랬을 것 같아’, ‘무진이는 이랬을 것 같아’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초반에 캐릭터를 만드는 데 그런 말씀들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전작의 캐릭터와 확실히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에 조금 더 상반되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일상적이고 주변에 있을 법한 친근한 인물로 보여주기 위해서 의상도 그렇고 말투나 표정, 행동도 조금 생활감 있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김지수뿐 아니라 ‘아빠’ 지진희와의 호흡도 소중했다. 손나은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 처음 테스트 촬영할 때다. 그때 처음으로 선배님 눈을 보면서 직접 연기를 하는 거였다. 그 신을 찍고 나서 선배님이 ‘너 지금 느낌이 너무 좋다’ 이렇게 얘기해 주셔서 저한테는 그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 한마디로 인해서 초반에 제가 걱정하고 부담이 됐던 마음이 풀리고 용기도 많이 얻었다”고 지진희에게 감사를 전했다.
 

로맨스 호흡을 맞춘 최민호를 두고는 “사실 전에도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작품에서 짧게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사실 너무 짧았고 기간도 꽤 돼서 이번에 거의 새로 호흡을 맞춘 거나 마찬가지”라고 돌아봤다. 가수 활동 당시에도 교류가 없었는지 묻자 손나은은 “예능에서도 만났었고 오며가며 인사하긴 했었지만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워낙 성격이 너무 좋으시고 열정의 아이콘이니까 현장에서 굉장히 활력을 불어넣어주셨다. 그리고 또래다 보니까 연기할 때 이런저런 얘기 하기도 편했다”고 칭찬했다. 아울러 “민호 선배님은 보이는 그대로 정말 솔직하고 또 나이스하다. 현장에서도 그랬다. 오히려 제가 편할 수 있게 더 배려도 많이 해주셨다”고 고마워 했다. 

 

동료들과 행복한 촬영장이었지만 그럼에도 100% 만족이란 없다. 손나은은 “사실 100% 만족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항상 아쉬운 점은 있다”면서도 “사실 개인적으로는 제 연기를 객관적으로 제가 평가할 수는 없지만 미래에 대해서 공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반응이 있다는 것만으로 저는 너무 힘이 됐다. 그것만으로 용기를 많이 얻어서 앞으로 연기하는 데 있어서 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 아닐까”라고 솔직하게 평가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가족X멜로’ 덕분에 손나은은 배우로서 한층 더 단단해졌다. 그는 “사실 아직까지 저는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조금 어색하긴 하다. 그런 수식어가 아직은 조금 선명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그 수식어가 조금은 선명해지고 짙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자신감도 얻었다. 손나은은 “방영하는 동안 반응들을 다 찾아봤는데 많은 분들이 미래에 감정 이입을 해주시고 응원해 주고 공감해 주시더라. 그런 반응들을 보면서 용기도 생기고 힘이 많이 됐다”고 떠올렸다. 


손나은은 “제목처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며 ‘가족X멜로’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더 느끼는 건데 중요하고 소중한 건 점점 많아지는데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는 것 같다. 그 시기에 이런 작품을 만나서 더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배우로서는 또 다른 모습의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저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가족을 대하는 손나은의 태도도 달라진 게 있을까. 이같은 질문에 그는 “선물 같은 건 사실 항상 하고 있다”고 웃었다. 손나은은 “소소하게 가족들, 엄마 아빠나 동생 챙기는 거는 하고 있고 사실 장녀다 보니까 감정적으로 막 드러내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확실히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지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X멜로’에 대한 가족의 반응을 묻자 손나은은 “부모님은 당연히 제가 TV에 나오면 너무 좋아한다. 부모님은 항상 ‘예쁘다, 잘했다’ 말씀해 주신다. 엄마가 특히 이번 방송을 너무 기대하고 계셨어서 아빠랑 다 같이 매번 본 방송 같이 챙겨보고 있다”고 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실제 아빠에게는 어떤 딸인지 묻자 손나은은 “아빠에게 어떤 딸인지 저도 아빠한테 물어보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전 엄마랑은 진짜 친구 같은 사이다. 엄마랑은 너무 가까운데 아빠가 성격이 무뚝뚝하다. 경상도 남자라서 무뚝뚝하고 말도 많이 없다. 저도 그런 편이라서 서로 되게 살갑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아빠가 딸바보 기질이 있으셔서 저희 자매를 진짜 많이 아껴주고 챙겨준다”고 설명했다.


손나은은 “저희 부모님한테 저는 장녀이고 첫째지만 막내 같은 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손이 많이 간다는 뜻인지 묻자 그는 동의하며 “제 동생이 저보다 더 언니 같고 저를 더 많이 챙겨준다”고 웃었다. 

 

이제 막 배우로서 존재감을 내비치기 시작한 손나은. 어떤 배우로 인식되고 싶냐는 물음에 그는 “지금까지 10년 넘게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고 사랑받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연기 활동하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바람을 털어놓는다. 

 

손나은은 2011년 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한 이후 어느덧 데뷔 14년차가 됐다. 데뷔 초엔 장난기 넘치는 멤버들 틈에서 함께 ‘비글미’를 자랑했던 손나은이지만 이제는 어엿한 배우가 돼 부쩍 성장한 모습이다. 연차가 쌓일수록 체감되는 변화가 있는지 묻자 그는 “조금 더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어 “결과나 반응에 있어서 예전에는 신경도 많이 쓰고 반응들에도 예민했다면 이제 연차가 쌓일수록 무덤덤해지고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 고백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10대에 데뷔해 어느덧 30대에 들어선 인간 손나은. 그는 “어렸을 때는 지금 이 나이가 되면 ‘정말 굉장한 난 어른이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사실 그때 마음가짐과 똑같은 것 같다. 저는 그냥 나이만 먹었고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서 이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동안 많은 일들도 있었고 배운 것도 많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많이 성장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랑 지금의 성격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때는 많이 어렸을 때라 다 어른들이고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많이 어려웠다고 느꼈다. 이제는 저도 사람들을 많이 대하고 부딪히고 만나다 보니까 내성적이었던 성향이 약간은 외향적으로 조금 바뀌는 것 같다. 그게 아예 바뀌지 않지만 일할 때에 있어서는 조금 스스로를 컨트롤 하려고 한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손나은이 그리는 10년 뒤 자신의 모습은 어떨까. 그는 “지금과 비슷할 거 같다”고 웃으면서도 “그냥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마냥 어렸을 때는 그냥 ‘멋있는 여자가 돼야지’ 생각을 했었다.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진짜 어른”이라고 속마음을 전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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