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현의 톡톡톡] 도전 100km

지난 일요일에는 저 혼자만의 도전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챌린지’라는 말을 보면 훅 끌려서 살피는 걸 보면 그 옛날의 ‘펩시 챌린지’에 대한 향수일까요, 모종의 ‘도전정신’일까요. 어쨌든 저의 눈길을 끌어서 손가락을 움직이게 한 ‘그것’은 한 의류 브랜드에서 전 세계 여성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먼스 100km 챌린지’였습니다. 9월 8일이라는 정해진 날짜에 각자의 나라에서 정해진 자전거 어플을 이용하여 100km 라이딩을 기록하면 되는 건데요. 작년에는 십만명 이상이 참가를 했다더군요.

 

그동안 자주는 아니어도 하루 100km 이상을 달려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늘 신랑과의 동반 라이딩이었기 때문에 이번 솔로 라이딩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날부터 필요한 모든 장비, 블루투스 이어폰까지 충전 완료했고요. 타이어 바람도 새로이 가득 채웠습니다. 보급용 물과 먹을 것도 챙겼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날씨인데, 비 소식은 없지만 아무래도 더워지기 전에 끝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침 6시 반에 스타트! 장거리에서 제일 중요한 건 페이스 조절입니다. 특히 지난번 십만보 도전에서 진짜 좋은 출발 컨디션에 오버페이스했다가 씁쓸하게 실패했던 것을 교훈 삼아 초반부터 속도를 과하게 내지 않고 심박수는 130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며 달렸습니다. 팔당까지의 초반 30km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살짝 삐걱대던 왼쪽 핸들 기어 조작이 갑자기 멎어버린 겁니다. 가까운 정비소를 찾았지만 문제는 배터리일 거라며 근데 그곳에는 해당 배터리가 없다고. 그래서 일단은 다시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왼쪽 기어 버튼은 기어비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라 주행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팔당대교는…. 올라갈 수 없더군요. 눈물을 머금고 끌바, 끌고 올라갔습니다. 한강에서의 라이딩이라 큰 오르막은 없지만 미사 근처에 아이유 고개를 어찌할까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디지털 기어에 대해 투덜거리며 되지도 않는 왼쪽 버튼을 세 번씩 누르던 어떤 순간, 기어가 갑자기 살아났습니다. 혹시 우연일까 조심스레 다시 눌렀는데 정말 되더군요.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저도 모릅니다. ‘톡톡톡’을 드라마틱하게 쓰라고 그랬을까요? 어쨌든 저는 계획대로 30, 60, 80 지점에서 한 번씩 짧은 휴식을 하고는 4시간 21분 만에 100km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는 왔지만 오자마자 죽을 듯이 뻗었습니다. 도전은 역시 힘든 일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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