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안세영 손 들어줬다…“복종 강요 규정, 폐지토록!”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대한민국배드민턴협회 사무 검사 및 보조금 점검 상황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잘못된 관행, 없애겠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 중간브리핑을 실시했다. 안세영(삼성생명) 작심발언이 쏘아올린 후폭풍이다. 안세영은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협회의 운영, 선수 관리 시스템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문체부는 지난달 12일부터 조사위원회(조사위)를 꾸렸다. 관련 자료를 취합하는 한편,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단 일부(48명 중 22명)의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대한민국배드민턴협회 사무 검사 및 보조금 점검 상황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 물음표 가득한 ‘돈의 흐름’

 

핵심 사안 중 하나는 후원계약 방식의 적절성이다. 협회는 유니폼을 비롯해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 등에 이르기까지 후원사의 용품을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현재 후원사와 계약 체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신발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김택규 협회장의 반대로 묵인됐다. 선수단은 라켓, 신발 등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사용하길 희망했다. 개인 후원을 받기도 어렵다. 협회 규정에 따르면 유니폼에 노출할 수 있는 5개사 가운데 1개는 선수의 후원사로 할 수 있다. 실제로는 5개 모두 협회 후원사들로만 구성됐다.

 

후원금이 선수단에 제대로 배분됐는지도 의문이다. 2017년만 하더라도 협회 ‘국가대표 운영지침’엔 전체 후원금의 20%를 선수단에 배분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했다. 해당 조항은 2021년 6월 삭제됐다. 보너스(상금) 체계도 주먹구구식이었다. 국가대표 선수가 국제대회서 우승한 성적을 거두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2017년 3월 손을 잡았던 A사는 규정된 대회별 상금대로 선수에게 직접 지급했으나 2019년 B사와 계약하면서 바뀌었다. 2022년까지 협회를 통해 선수에게 주는 방식을 취하다 2023년 4월부턴 선수에게 지급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어졌다.

 

선수단 대부분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 몇몇 임원진은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김택규 회장의 경우 후원 업체와 승강제 리그, 유·청소년 클럽리그에 사용할 물품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른바 페이백 방식으로 추가 용품(셔틀콕, 라켓)을 받았다. 이를 지역별로 차등 배분했으나, 공문 등 공식 절차 없이 진행됐다. 대의원 총회 기념품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2022년부터 3년간 후원사와 총 26억원어치 용품을 수의계약하는 등 보조금법도 위반했다. 이정우 체육국장은 “횡령·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대한민국배드민턴협회 사무 검사 및 보조금 점검 상황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 선수단 압박하는 ‘잘못된 규정’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국제대회 출전 자격이다. 앞서 안세영은 “대표팀과 더 이상 함께 가기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대표팀에서 나갔다고 올림픽에 못 나서는 건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꼬집은 바 있다. 협회는 국가대표 선수단을 우선적으로 국제대회에 내보내고 있다. 국가대표가 아닌 선수는 국가대표 활동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연령(남 28세, 여 27세) 이상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2016년 규정 신설 당시엔 남자 31세, 여자 29세였다. 이용대, 신백철, 고성현 등이 직업행사자유권 침해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한 뒤 현재 수준으로 완화했다.

 

일각에선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완화하면 대표팀 이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일부 상위랭커들이 국가대표 활동 대신 개인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것. 주요 선수들이 빠지면 외부 후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저연차 선수들의 부담이 커질 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올림픽, 아시안게임(AG) 종목 중 배드민턴처럼 비(非)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도 마찬가지. 문체부는 국제대회 출전 제한은 선수의 직업 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판단, 폐지를 추진키로 밝혔다. 

 

상명하복의 분위기도 바꾼다. 협회는 선수 임무 중 하나로 ‘촌내·외 생활과 훈련 중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본 협회의 정당한 지시에 불응하는 자’는 결격 사유로 치부한다. 심지어 제재도 가능하다. 1회 위반 시 자격정지 6개월 미만, 2회 위반 시 자격정지 6개월 이상 1년 미만, 3회 이상 시 자격정지 1년 등이다. 이정우 체육국장은 “예전보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지도자와 선수의 관계가 아직도 수직적인 게 사실”이라면서 “역할에 대해 전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조건 아래 해당 제도를 폐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9월 말까지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조사 결과를 마무리하고 최종 발표할 방침이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