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예고된 분노...애꿎은 선수들만 피해봤다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팔레스타인과 무승부를 거둔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팔레스타인과 무승부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선수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아쉬운 결과를 냈다.

 

이번 대표팀을 둘러싸고 축구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2014년 이후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불만을 표출한다. 사령탑 선임에 관여했던 박주호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의 소신 발언으로 파장은 더욱 커졌다. 계속된 논란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감독 등 사령탑 선임에 관여한 인물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조사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전을 앞두고 일부 좌석 티켓값을 올리며 팬들의 분노와 의심의 시선은 더욱 커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성과는 이미 지난 일이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부터 시작된 축구 팬들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커진다.

 

어쩌면 이번 대표팀을 둘러싼 야유는 예정된 것이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재택근무 논란을 일으킬 때부터 대표팀 경기에는 야유와 비난이 빠지지 않았다. 축구 팬들은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정 회장과 사령탑에는 한없이 야유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팔레스타인전은 유독 야유가 컸다. 홍 감독이 전광판에 잡힐 때마다 야유가 쏟아졌다. 이어 선수가 나타날 때는 야유 대신 환호를 보냈다. 경기 자체의 내용보다는 홍 감독에게 야유를 언제 보내는지, 정 회장을 향해 항의 걸개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했다.

축구 대표팀 이강인(오른쪽)이 득점 실패 후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야유와 환호를 번갈아 듣는 상황 속에서 경기를 펼쳐야 했다. 김민재는 경기 후 팬들에게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대립하기도 했다. 김민재는 “공격적인 의도는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저희가 시작부터 못 한 거는 아닌데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분들이 계신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한다. 아쉬워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지켜본 손흥민과 이강인도 아쉬운 반응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김민재를 언급하며 “그런 케이스가 다시는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홈에서만큼은 우리가 스스로 적을 만들면 안 된다. 저희가 상대를 무너뜨리는데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팬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시고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제가 팬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팬들이 생각하는 감독님이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면서도 "이미 결정된 가운데 저희가 바꿀 수는 없는 부분이다. 어렵지만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강인도 “축구 팬 여러분들 당연히 많이 아쉽고, 많이 화가 나겠지만, 그래도 꼭 더 많은 응원과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축구 팬들이 대한축구협회에 항의하는 걸개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홍 감독은 축구 팬들의 야유에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바라봤다. 결국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에 있다. 정 회장은 이날 경기장에서 야유를 들으며 지켜봤다. 그동안 감독 선임과 관련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비난과 야유를 들어야 할 사람은 선수들이 아니다. 선수들을 향한 야유가 아니더라도 어수선한 경기장에서 뛰기는 쉽지 않다. 정 회장이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로 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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