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치매’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면서 그동안 살아온 나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 자체가 두렵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행여나 가족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에 더 걱정이다.
중앙치매센터의 ‘2022 대한민국치매현황’에 따르면 2015년 51만8501명이던 치매 상병자 수는 2021년 97만2436명으로 늘었다. 사실상 고령 인구의 증가는 치매 인구 증가와 비례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10.5%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6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본격적인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혜원 경산중앙병원 신경과 과장에 따르면 치매관리의 초석은 전문가와 꾸준히 만나는 것이다. 관건은 접근성을 높이는 것. 되도록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주치의를 곁에 두는 게 가장 좋다. 치매치료 전문가인 이혜원 과장은 오랜 시간 치매를 걱정하는 환자들을 보살펴왔다. 이 과장의 도움말로 치매 관리에 대해 알아봤다.
-치매, 장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다. 관리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우선 기본적인 컨디션 관리다. 염분·지방·고탄수화물 섭취는 최소화하고 균형잡힌 식사에 나서야 한다. 적당한 운동으로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우리 몸에서 부피가 큰 허벅지 근육을 관리하는 게 유리하다. 치매 위험을 높이는 낙상과 머리 타박상도 유의해야 한다. 평소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치매란 정확히 어떤 증상을 말하는지 알려달라.
“치매를 기억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치매라고 하지는 않는다.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력, 지남력, 언어능력, 집중력, 실행능력 등이 하나 이상 떨어지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그 상태가 지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단순한 노화현상 일 수 있고, 기억력저하만으로 치매의 전조증상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노인 3명 중 1명은 경도인지장애 또는 치매로 진단이 되기 때문에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치매의 종류도 구분된다고 들었다.
“그렇다. 크게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 ▲기타 치매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기억력 저하가 초기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약속을 자주 잊어버리고, 최근 사건이나 대화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반복되면 반드시 검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치매의 종류에 따라 기억력 저하보다 성격 변화, 환시나 환청 등 다른 증상이 먼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치매 예방을 위해 특히 주의해야 할 연관 질환이 있나.
“난청과 우울증이다. 두 요소 모두 치매 유발 확률을 높인다. 특히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을 주의해야 한다. 노화로 인해 달팽이관 기능이 퇴화하면 난청에 노출될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인지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급기야 치매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해외 연구 결과 노화성 난청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4배 정도 높았다. ‘나이 들면 다 그런 것’ ‘보청기는 불편하다’며 무조건 거부할 일이 아니다. 잘 듣고 소통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또 노인 우울증을 주의해야 한다. 우울증이 치매 위험도를 1.5배 가량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울증이 의심되면 주저하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나.
“엄밀히 말하면 이를 100% 피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청력손상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꾸준한 운동, 우울증 관리, 절주를 통해 이러한 생활습관 위험인자를 잘 관리하면 치매 발생률을 줄일 수 있다. 치매 발생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위험 관리는 전 생애에 걸쳐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꼼꼼한 검진이다. 치매 종류에 상관없이 조기진단 및 치료가 관건이다. 정기검진을 받아 치매 위험도를 판단한 다음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기검진을 생활화하는 게 첫 번째 치매 예방 수칙이다.”
-몇살, 언제부터 검진에 나서야 하나.
“보통 60세부터 조기 검진에 나설 것을 권고한다. 검진은 병력 청취 및 신경학적 검사 후 간이선별검사 및 신경심리검사로 이뤄진다. 문답을 통해 기억력, 주의집중력, 언어능력, 시공간파악능력, 판단력 및 추상적 사고력 등을 평가하는 단계다.”
-이미 치매로 진단받은 경우라면 어떻게 관리되나.
“치매환자인 경우 인지기능 장애로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의 지장이 있는지 평가한다. 치매로 인한 인격변화, 망상, 환각, 기분장애, 수면장애, 식욕변화 등도 체크한다. 이와 함께 치매의 원인 질환을 파악하는 검사를 병행하기도 한다. 대체로 MRI, PET/SPECT 등 뇌영상검사와 혈액검사를 활용한다.
치매로 진단되면 치매약물을 처방받게 된다.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메만틴 중에서 1-2개를 처방 받게 되며,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인지기능이 급격하게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매 전단계나 초기단계부터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돌봄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치매 초기단계부터 치료를 시작한 경우와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을 때, 초기단계부터 치료를 시작하면 5년 뒤 요양원 입소률이 50% 가량 감소한다.”
-전반적인 제언을 해달라.
“1년 전부터 기억력 저하가 있었고, 최근 불면, 공격성, 배회 증상이 악화된 80대 남자환자는 본원에서 검사 후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단받았다. 첫 진료 당시에는 불면, 불안 등 증상이 매우 심한 상태였지만 약물 및 항정신병약물을 사용하면서 현재는 증상이 호전돼 보호자도 만족하고 있다. 치매가 완치가 되는 질병은 아니지만 완치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 방치해선 안 된다. 생활습관 개선, 조기 검진, 조기 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추면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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