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종목, 올림픽에서 패럴림픽까지···파리의 기세는 계속

박진호가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작은 나라에서 키운 큰 희망’

 

 국토 면적 10만449.4㎢로 세계에서 108번째, 동아시아에서는 가장 작은 나라. 이 작은 나라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종합 순위 8위에 올랐다. 21개 종목 선수 144명으로 이뤄진 ‘소수정예’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따내며 기적을 써내려갔다. 특히 ‘전투민족’이라고 불릴 정도로 총, 칼, 활에서 강했다.

 

 한국의 이야기다. 전투민족의 기세는 패럴림픽까지 이어지고 있다. 패럴림픽에서 현재까지(5일 기준) 금메달 4개, 은메달 7개, 동메달 11개 등 메달 22개를 따냈다. 특히 사격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앞서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수확하더니, 패럴림픽에서는 5일 현재 금 3, 은 1, 동 2개를 획득해 프랑스 사격의 본거지인 샤토루를 한국 사격의 성지로 만들었다. 

 

 ◆첫 번째로 울린 총성

 

 올림픽과 같은 양상이었다. 올림픽 10m 공기소총에서 금지현-박하준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은)을 안겼듯, 패럴림픽에서도 이윤리(완도군청)가 은빛 총성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지난달 30일 샤토루사격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 등급 SH1) 결선에서 246.8점을 기록해 은메달을 땄다. 메달 행진이 이어졌다. 조정두(BDH)는 남자 10m 공기권총(SH1) 결선에서 237.4점을 쏴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서훈태(코오롱)는 R4 혼성 10m 공기 소총 입사(SH2)에서, 김정남은 P3 혼성 25m 권총(SH1)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진호가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슈팅하고 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2관왕도 나왔다.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입사(SH1)에서 금빛 총성을 울렸던 박진호(강릉시청)는 사격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에서도 우승했다. 패럴림픽 신기록도 세웠다. 본선에서 1179점(슬사 392점, 복사 394점, 입사 393점)으로 도쿄 대회 주성철(1173점)을 가뿐히 넘어섰다. 결선에선 454.6점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라슬로 슈란지(세르비아)의 453.7점을 뛰어넘었다. 그는 “처음 시상대에 올랐을 때보다 더 정신이 없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놀라워했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이날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한국은 장애인 사격에서도 강국이다. 창원장애인사격월드컵대회를 개최하면서 선수들이 객관적인 실력을 가늠하고, 글로벌 무대 흐름을 잘 파악하게 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특히 배동현 패럴림픽 선수단장의 애정이 깊은 종목이라고 들었다. 이러한 부분이 잘 융화되면서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대한사격연맹과 대한장애인사격연맹이 각각 존재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부분에서 교집합은 없다. 다만 각 코치들이 서로 도움을 주는 부분은 있다”면서 “사격이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많이 알려지고, 더 발전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다”고 설명했다.

배드민턴 김정준(왼쪽)이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WH2)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표팀 유수영을 2-1(19-21 21-19 24-22)로 꺾은 뒤 유수영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메달이 쏟아진다

 

 배드민턴과 탁구의 열기도 이어졌다. 올림픽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안세영이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차지한 장면으로 꼽혔다. 감동을 잇는다. 정재군(울산중구청)-유수영(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배드민턴 남자복식(WH1, 2등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재군은 1976년 11월생으로 이번 대회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최고령 선수다. 이번이 마지막 패럴림픽임을 강조한 그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처음 패럴림픽에 출전한 최정만(대구도시개발공사)은 남자 단식(WH1)에서 은메달을 땄다.

 

 집안싸움도 벌어졌다. 벌써 배드민턴에서만 세 번째 한국 선수 맞대결이었다. 형이 웃었다. 김정준(대구도시개발공사)은 남자 단식(WH2)에서 유수영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 남자 단식과 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세 번째 패럴림픽 메달이다. 아우 유수영은 형 김정준의 동메달 획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형은 아우에게 더 큰 선수가 될 것이라며 응원의 말을 남겼다. 둘은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다.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탁구 여자 복식 WD5 결승전에서 윤지유, 서수연 조가 중국 류진, 쉬에쥐앤 조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탁구에서도 메달이 쏟아졌다. 메달을 위해 14살 차이도 극복했다. 서수연(광주광역시청)-윤지유(성남시청)은 탁구 여자복식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남자복식의 장영진(서울특별시청)-박성주(토요타코리아) 조는 생애 첫 패럴림픽 무대에서 값진 은메달을 거뒀다. 문성혜(성남시청), 정영아(서울특별시청), 차수용(대구광역시청)은 각각 단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탁구는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 모두에게 동메달을 준다. 김정길, 김영건(이상 광주광역시청), 김기태(서울특별시청), 윤지유도 4강에 진출했다. 4개의 메달을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한국의 자존심

 

 태권도는 대한민국의 국기다.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패럴림픽에선 종주국의 자존심을 주정훈(SK에코플랜트)이 지켰다. 태권도 남자 K44 등급(한쪽 팔 장애 중 팔꿈치 아래 마비 또는 절단 장애가 있는 선수가 참가) 80kg 이하 동메달 결정전에서 눌란 돔바예프(카자흐스탄)를 7-1로 제압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 도쿄 대회(2021년 개최)에 이은 2회 연속 동메달이다. 주정훈은 “사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은퇴하려고 했는데 2028 LA 대회까지 도전을 이어가겠다”며 “(할머니에게) 약속한 대로 메달과 고기반찬을 들고 묘소를 찾아가 인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동메달을 획득한 주정훈이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K44 남자 88kg급 시상식에서 다른 메달리스트들의 부축을 받으며 포디움에 오르고 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대한장애인체육회

최서진 기자·파리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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