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美 FOMC에 쏠린 눈…"통화·재정당국 협력해야"

 

                                    김민지 경제부장 

 

“돈을 갚지 못하실 경우 위약금으로 나리의 몸 어디에서든, 내가 원하는 곳의 1파운드만 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는 샤일록이라는 고리대금업자가 나온다. 주인공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는 대신, 그 돈을 갚지 못하면 1파운드 살을 준다는 계약을 맺는다.

 

도스토옙스키의 저서 ‘죄와 벌’에서도 선이자를 떼고 물건을 맡아주는 전당포 주인을 탐욕스러운 인물로 그렸다.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살해한 전당포 노파 알료나를 돈만 밝히는 노파로 묘사했다. 당시 유럽에는 조그마한 이자만 받아도 ‘고리대금업자’라고 불렀다. 이자를 받는 대금업을 천시한 당대 유럽 경제관을 엿볼 수 있다. 

 

흔히 금리라고 부르는 이자율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가장 대표되는 것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 거시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다. 특히 ‘9월 기준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연준의 향방에 쏠리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 7월 이후 정책금리를 연 5.25∼5.50%로 유지해왔다. 현재로선 연준이 9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3일 ‘잭슨홀 미팅’을 통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다른 국가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하 채비를 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중국인민은행(PBOC), 스위스중앙은행 등은 이번 달 연준과 함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기준금리(연 3.50%) 인하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의 물가 수준만 보면, 한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여건은 충분하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2.6%)보다 0.6%포인트 하락한 2.0%를 기록했다.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정부와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에 부합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면서 “금융 안정 등을 봐서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볼 때”라고 말했다.

 

사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변경은 국가 경제와 서민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은행의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은행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의 이자 지출 비용을 낮춰 개인과 가계의 소비가 증가하게 된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도 자금이 돌아 기업의 자금 조달이 원활해진다. 

 

금리 인하가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강력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금리가 인하되면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려 물가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금리 인하가 실물 경제를 활기차게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 하는 것이다. 금리 인하가 경제분야 구석구석까지 온기를 퍼뜨릴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긴밀히 협력해야 할 때다. 

 

김민지 기자 minji@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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