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핫뉴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실수요 제약 우려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주요 은행의 연이은 대출 규제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실수요가 제약받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은 여전하다.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대출 혹한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원)보다 9조6259억원 늘어났다. 이는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규제 시행 전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담대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 가산금리 1.2%포인트를 적용한다. 소득 5000만원 차주가 변동금리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3억1500만원에서 2억8700만원으로 2800만원 줄어든다. 소득 1억원 차주는 대출 한도가 6억3000만원에서 5억7400만원으로 감소한다.

 

시중은행은 자체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최장 50년이었던 주담대 만기를 수도권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축소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주담대 만기를 30년 이하로 줄였다. NH농협은행은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해 수도권 소재 주택 구입 목적의 자금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는 공문을 영업점에 내려보냈다. 우리은행도 9일부터 1주택 이상 소유한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잇따른 대출 규제에 실수요자들까지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 대출을 불리해 세심히 관리할 것으로 당부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주택시장 회복 시기에 공급과 수요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과도한 차입을 동반한 주택 구매가 확산되고 내 집 마련을 바라는 실수요자의 심리적 불안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상적인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받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 등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도 경계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은행뿐 아니라 보험, 중소금융회사 등 전 금융권이 합심해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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