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자존심 걸고… 농심신라면배, 5개월 대장정 막 올랐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바둑 삼국지, 개봉박두다.

 

한국, 중국, 일본의 대표 기사들이 맞붙는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4일 중국 지린성 옌지의 창바이산 퓨어랜드 온천리조트호텔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1999년 초대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26번째로 열리는 농심신라면배는 각 국가 대표 선수 5인이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겨뤄 바둑 최강국을 가리는 대회다. 우승 상금 5억 원(3연승부터 연승 보너스 1000만원)이 걸렸다. 지난해까지 한국이 16번의 우승을 달성했고, 중국이 8회, 일본이 1회로 뒤를 이었다.

 

5개월에 걸친 대장정이다. 이곳 옌지에서 5일부터 8일까지 펼쳐지는 1차전(1∼4국)은 서막에 불과하다. 오는 11월30일부터 12월4일까지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2차전 그리고 다음해 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3차전 피날레로 트로피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999∼2004년에 이은 역대 2번째 5연패를 겨냥한다. 최근 대회 16연승을 달리고 있는 ‘에이스’ 신진서 9단을 앞세워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침없는 4연패를 구가 중이다. 기세 그대로 이번에도 우승을 바라본다.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함께 국내 선발전을 통과한 신민준·김명훈·설현준 9단, 와일드카드를 받은 박정환 9단이 출사표를 던진다. 강력한 라이벌 중국은 단일 대회 최다 7연승, 역대 최다 19승 기록을 가진 판팅위 9단, 중국팀 랭킹 1위 리쉬안하오 9단과 함께 커제, 딩하오, 셰얼하오 9단이 나선다. 일본은 응씨배 결승에 올라 19년 만의 일본 선수 세계대회 우승을 목전에 둔 이치리키 료 0단을 필두로 역습을 준비한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개막식에 자리한 한국 홍민표 감독과 선수단은 5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경기를 앞두고 전의를 불태웠다. 홍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농심배는 어느때보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특히 일본 역시 상당히 좋은 전력을 가지고 있어 재밌는 대결이 될 것”이라며 “감독으로서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무대에 오른 신진서 9단은 “평소 같으면 세계대회 우승이 영광스럽겠지만, 농심신라면배는 다르다. (규모가) 가장 큰 단체전이자 인기도 많은 대회”라며 “욕심이 난다. 5연패에 성공한다면 세계대회 우승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결의를 다졌다.

 

바둑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개막전 대진 추첨도 진행됐다. 3개국이 나서는 대회이기에 추첨으로 첫 매치업을 결정하고, 이후 승자가 계속 상대를 바꿔가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소 10국, 최대 14국까지 경기가 벌어질 수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명운이 걸린 추첨, 한국 홍민표 감독과 중국 위빈 감독이 대회 스폰서 농심의 ‘신라면’ 이미지가 담긴 족자를 함께 뽑으면서 첫 판부터 ‘한중전’ 빅매치가 성사됐다. 홍 감독은 선봉장으로 설현준 9단을, 위빈 감독은 커제 9단을 내세웠다.

 

한편, 세계 바둑 시니어 최강전인 농심백산수배도 이날 함께 개막을 알렸다. 1970년 이전에 출생한 기사들이 참가해 벌이른 ‘레전드 매치’로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옌지에서 10일까지 1∼6국을 치르고 다음해 2월 농심신라면배와 함께 우승국을 가린다. 한국은 조훈현·유창혁·서능욱·김종수 9단이 출전해 1억8000만원의 우승상금과 한국의 2연패를 조준한다.

 

옌지=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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