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감독님께 몸을 맡기려고요.”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은 비시즌 급격한 변화를 꾀했다. ‘에이스’ 박지현(뉴질랜드 토코마나와)이 해외로 나간 데 이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혜진(BNK), 최이샘(신한은행), 나윤정(KB국민은행) 등은 둥지를 옮겼다. 새 얼굴도 엿보인다. 심성영, 한엄지, 박혜미, 김예진 등과 손을 잡았다.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미야사키 모모나, 스나가와 나쓰키 등도 선발했다. 김단비와 이명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주축 대부분이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심성영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WKBL리그서 14시즌을 보낸 베테랑이다. 통산 340경기를 뛰었다. 데뷔 후 지난 시즌까지 줄곧 KB국민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다만, 허예은이 입단하면서 조금씩 입지가 줄어들었다. 지난 시즌엔 평균 9분 정도로 출전 시간이 떨어졌다. 우리은행서 도약을 꿈꾼다. KB국민은행에선 1번으로 많이 뛰었지만 우리은행에선 2번으로 주로 나설 예정이다. 심성영은 “2번도 종종 봤기 때문에 어색한 자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리그에서도 혹독한 훈련량으로 유명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것이 순리다. 잔뼈가 굵은 심성영이지만 악착같이 버텨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조차도 “비시즌 (심)성영이가 열심히 했다”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우리은행에 물들어가는 중이다. 심성영은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려 한다. 몸을 그냥 맡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힘들다”면서 “그러다 보니 벌써 9월이 됐다”고 웃었다.
흘린 땀방울의 의미를 알기에 수장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위성우 감독은 “나는 조금 못하더라도 첫째도 둘째도 ‘열심’인 게 먼저”라면서 “공격을 하고 싶으면 그만큼 수비 등 궂은일도 해야 한다. (심)성영이의 경우 공격에 비해 수비엔 관심이 적은 것 같았다. 지금도 ‘수비를 해야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심상영뿐 아니다. 위성우 감독은 “자기 몫은 자기가 찾는 것이다. 감독이 롤을 주는 게 아니라, 선수가 출전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예감이 좋다. 면면이 확 바뀌었는데도 우리은행은 여전히 묵직한 힘을 자랑한다. 정규리그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박신자컵에서도 순항 중이다. 조별리그 A조 첫 3경기를 모두 타파했다. 히타치 하이테크 쿠거스(일본)를 시작으로 BNK, KB국민은행을 연거푸 꺾었다. 그럼에도 좀처럼 긴장의 끈을 놓는 법이 없다. 위성우 감독은 “솔직히 맘에 차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조별리그라) 상대도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 냉정하게 보려한다. 이 경기력을 정규리그 때도 보여줘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산=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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