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의 아쉬움 지웠다…사격 박진호가 품은 두 번째 금메달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후회 남기지 않겠다.”

 

박진호(강릉시청)는 자타공인 한국 장애인사격의 간판이다. ‘월드 클라스’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서 우승, 세계랭킹 1위에 자리했다. 올해 창원에서 열린 월드컵에선 5관왕에 빛났다. 그런 박진호에게도 간절한 꿈이 있었다. 패럴림픽 금메달이다. 2020 도쿄 대회(201년 개최) 당시 단 0.1점 차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눈앞까지 다가갔기에 상실감은 더 컸다. 마음 한 편에 오래도록 자리했다. 3년간 절치부심하며 차근차근 대회를 준비한 배경이다.

 

명중 또 명중이다. 박진호는 이번 패럴림픽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지난달 31일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9.4점을 쏜 것이 신호탄이었다. 예르킨 가바소프(카자흐스탄)를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그간의 한을 푸는 순간이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는 박진호를 향해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이번 대회서 한국 선수단이 획득한 두 번째 금메달이기도 했다. 사격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듯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들뜨지 않았다. 박진호의 시선은 곧바로 다음 고지를 향하고 있었다. 3일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사격 R7 남자 500m 소총 3자세(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454.6점(슬사 150.0점, 복사 154.4점, 입사 150.2점)을 쐈다. 중국의 둥차오(451.8점)를 꺾고 또 한 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이 됐다. 박진호는 “처음 시상대에 올랐을 때보다 더 정신이 없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놀라워했다.

 

과정 또한 화려했다. 하루에 신기록을 2개나 쏟아냈다. 본선에서 1179점(슬사 392점, 복사 394점, 입사 393점)으로 도쿄 대회 주성철(1173점)을 가뿐히 넘어섰다. 결선 454.6점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라슬로 슈란지(세르비아)의 453.7점을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박진호는 “본선(실외에서 진행)이 열린 오전 시원하더라. 시원한 걸 좋아한다.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면서 “가볍게 쏘자는 느낌으로 결선까지 올랐다. 마음 편하게 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파리 공동취재단

 

영광의 순간, 주변을 돌아본다.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이들이 많다. 박진호는 먼저 김홍규 강릉시장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시장님과 관계자분들께서 사격장을 자주 찾으며 신경을 많이 써줬다. 국제대회에 나갈 때 시장님께서 추가 요금을 내주셔서 중증장애 선수들뿐 아니라 우리도 비즈니스를 탔다”고 귀띔했다. 가족들을 떠올리면 미안한 마음뿐이다. 박진호는 “연 초에 명절 빼고는 본가와 처가에 가지 못했다. 돌아가서 같이 파티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족은 없다. 아직은 긴장을 풀지 않는다. 사격 R6 혼성 50m 소총 복사 SH1등급에서 대회 3관왕을 노린다. 박진호는 “아직 (2관왕)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패럴림픽에 한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다시 다음 경기도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면서 “첫 금메달을 땄을 때 들떠 있었다면 이런 결과도 없었을 거다.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마지막 경기에 임하겠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후회를 남기지 않고 싶다”고 밝혔다.

 

이혜진 기자·파리 공동취재단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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