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피했다. 반복하지 않을 일만 남았다.
차세대 여자배구 스타를 꿈꾸는 샛별들과 옥석 가리기에 나선 7개 구단은 지난 3일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 모여들어 2024∼2025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마쳤다.
설렘과 긴장감이 뒤섞이며 달아오른 공기, 희대의 해프닝이 그 잔치 분위기를 망칠 뻔했다. 드래프트 첫 단추인 구슬 추첨부터 기계 오류로 시끌시끌했기 때문. 구슬을 골라진 후, 리모컨에 의해 닫혀야 할 추첨구의 입구가 닫히지 않았다. 장내는 술렁였다. 무대에 올라있던 KOVO 신무철 사무총장은 물론 연맹 전체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추첨구에 자리한 자신들의 하늘색 구슬을 지켜보는 한국도로공사도 덩달아 초조해졌다. 결국 수동으로 입구를 닫아 추첨 구슬을 골라냈다. 어수선한 작업이었다. 같은 방법으로 2∼3순위 추첨도 완료됐다.
그때, 일부 구단으로부터 항의가 제기됐다. 갑작스럽게 수동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추첨된 구슬 재투입 작업을 빼먹었다는 지적이었다. KOVO는 구슬 추첨 시, 확률 보존을 위해 뽑힌 구슬을 다시 집어넣는다. 다른 색이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착각이었다. 생중계 영상을 돌려본 결과, 이 작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하마터면 한국도로공사의 1순위를 제외하고 전부 재추첨이 될 뻔했지만, 비디오 판독에 의해 대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드래프트 순위 추첨을 하는 타 종목은 어떨까.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해 수동 추첨기를 준비해둔다. 아직 실제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농구연맹(KBL)도 같은 설명이었다. KOVO도 준비는 돼있다. 연맹은 “비상시를 대비해 수동으로 추첨할 수 있는 기계는 준비는 돼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각 구단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했던 절차”라고 당시 혼란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40여 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과 대형 실수의 리스크를 노출했다는 게 아쉽다. 연맹의 투박했던 대처 때문이다. 최초 문제 제기가 됐을 당시, KOVO는 구슬 재투입을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사무국장단 1차 회의 결과가 ‘재추첨’으로 공지됐던 이유다. 일부 구단이 재차 의문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존재하지도 않은 실수로 구단의 명운이 갈릴 뻔했다.
연맹 관계자는 “리허설까지 발견되지 않은 문제가 본 행사에서 갑자기 나타나면서 모두가 경황이 없었다.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과오를 인정했다.
기계 결함은 예상 못 한 해프닝이다. 리허설을 안 했다면 모를까, 연맹은 철저한 준비를 했다. 아쉬운 건 추후 대처다. 1순위만 추첨한 후, 기계를 확실하게 정비하거나 수동으로 전환하겠다는 명확한 공지를 전할 시간은 있었다.
또한 구단의 의구심이 증폭될 때, 빠르게 영상을 돌려보는 판단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처의 유연함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그 의견을 낸 건 GS칼텍스였다. 첫 추첨에서 거머쥔 2~3순위를 놓칠 수 없다는 간절함이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천만다행이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상황이 일단락됐다. 중요한 건 다음 스텝이다. 돌발 변수에 대비할 수 있는 매뉴얼을 철저히 검토할 때다. 침착하고 노련한 운영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KOVO 신무철 사무총장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해 면목이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음 드래프트에는 만반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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