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차 셔틀콕 듀오’ 정재군-유수영… 감동의 눈물로 물들인 은빛 파리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팀의 유수영(앞)-정재군 조가 2일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WH1, 2등급) 결승전에서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파리공동취재단

 

생애 첫 메달의 감동, 뜨거웠다.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팀의 정재군-유수영 조는 2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WH1, 2등급) 결승전에서 중국의 마이지안펑-취츠모 조에 세트스코어 0-2(10-21 12-21)로 무릎 꿇었다.

 

이날 마주한 마이지안펑-취즈모 조는 2020 도쿄 패럴림픽(2021년 개최) 금메달에 빛나는 세계 최강 듀오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렸다. 유수영보다 장애 정도가 중하고, 낮에 단식까지 치른 정재군을 집중 공략한 중국의 전략도 파훼하기 못했다. 긴 랠리 끝에 셔틀콕이 번번이 네트에 걸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졌지만 잘 싸웠다. 정재군-유수영 조는 무려 26살 차이가 난다. 2002년생의 유수영은 1976년생의 정재군을 ‘삼촌’이라고 부르지만, 나이는 장벽이 되지 않았다. 2년 전 처음 한 팀으로 뭉쳤다. 초반 적응기에 성적이 나지 않아 잠시 헤어졌지만, 파리 무대를 앞두고 다시 의기투합했다. 이번에는 성적이 따라오면서, 생애 첫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었고, 이어진 숱한 관문까지 돌파했다. 그들의 목에서 빛난 은메달은 금메달 못지 않게 값졌다.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 대표팀의 유수영(왼쪽)-정재군 조가 2일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WH1, 2등급) 결승전에서 득점한 후, 라켓을 부딪히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파리공동취재단

 

각자의 사연을 품은 뜨거운 눈물이 이어졌다. 배드민턴 선수단 최고령자인 정재군은 2007년 작업 중 척추골절 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재활병원에서 우연히 장애인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운동을 시작해 패럴림픽 메달리스트까지 닿았다.

 

그는 두 달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힘든 운동 속에서 가장 힘이 돼준 소중한 존재다. 그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항상 내가 배드민턴 하는 걸 궁금해하셨다”며 “대회에서 잘하면 잘했다고 축하해주시고, 못하면 ‘그 정도만 해도 잘했다, 괜찮다’고 격려해주셨다”며 운을 뗐다.

 

이어 “패럴림픽 출전 소식을 전했을 때 상태가 조금 좋아지셨는데, 스코틀랜드 대회 가기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 메달 색 관계 없이 뭐든 꼭 따서 가져다 드리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는데 이룰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눈가가 촉촉해진 정재군에게 “삼촌, 웃어요”라고 외친 유수영도 눈물의 사연이 있긴 마찬가지다. 하루 앞서 열린 단식 4강에서 패해 짙은 아쉬움을 삼켰다. 그는 “나에게 실망해서 울었다. 질 게임이 아니었는데 ‘이 선수에게 지면 어떡하지’라는 긴장과 압박감이 있었다”며 “너무 분해서, 화가 나서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복식 은메달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는다. “지금 당장은 조금 분하지만, 아마 내일 시상대에 올라가면 은메달을 따서 기쁠 것”이라고 웃은 그는 “아시안게임 때는 저를 잘 몰라주셨는데 이번에는 좀 알아봐 주신다. 4년 뒤에는 응원해 주신 걸 갑절로 갚겠다”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파리=공동취재단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