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꿈은 5일 천하였나...‘잠실 예수’ 켈리, 신시내티에서 방출 대기

케이시 켈리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아가 될 위기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는 30일 마이너리그 트리플A 소속 좌완 투수 브랜던 레이브랜트를 콜업해 40인 로스터에 포함하기 위해 케이시 켈리를 양도선수지명(DFA) 처리했다. 켈리는 방출 대기 신분이 됐다. 새로운 팀의 제안을 기다리거나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가야 할 처지가 됐다.

 

짧은 빅리그의 꿈이 흔들린다. 켈리는 2008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0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됐던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하지만 부상과 수술이 발목을 잡으면서 저니맨 신세로 아쉬운 커리어를 보냈다. 2019년 LG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와 함께 ‘잠실 예수’ 애칭을 받아든 그는 LG 최장수 외인으로 통산 163경기 73승46패, 평균자책점 3.25(989⅓이닝 357자책점)의 성적표를 남겼다. 더스틴 니퍼트(102승), 다니엘 리오스(90승), 헨리 소사(77승)에 이어 앤디 벤 헤켄과 함께 역대 외인 다승 공동 4위다.

 

프랜차이즈 최다승 외인 타이틀도 당연했다. 소사가 LG에서 거둔 40승을 가뿐하게 넘어선다. 국내 선수들을 포함해도 빛이 난다. 김용수(126승), 정삼흠(106승), 김태원(85승)에 이은 구단 다승 4위로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22시즌에는 16승4패, 평균자책점 2.54(166⅓이닝 47자책점)의 커리어하이 기록으로 시즌 다승왕도 거머쥐었다. 2001년 신윤호 이후 21년 만에 LG가 배출한 다승왕이었다.

 

LG의 가을에도 항상 켈리가 있었다. 통산 포스트시즌(PS) 8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08을 찍었다. 합류 이래 5년 연속 LG의 가을행을 견인한 켈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KS 모두 승리 투수가 된 유일한 선수로 남았다. 지난해 29년 만의 우승도 이끌었다. KS에서 1차전과 5차전에 나서 1승 평균자책점 1.59를 남기며 LG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장식했다.

 

6년째 동행을 이어간 올해는 부진에 빠졌다. 구속 저하가 눈에 띄는 상황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다. LG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이별을 고했다. 이후 켈리는 미국 복귀와 대만리그 등 새로운 도전을 모색했다. 아버지 팻 켈리가 이끄는 신시내티 산하 트리플A 구단인 루이빌 배츠 유니폼을 입었다.

케이시 켈리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5일 빅리그로 깜짝 콜업돼 6년 만의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이었던 2018년 8월 27일 이후 무려 2159일 만의 빅리그 등판이었다. 3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퍼펙트 투구를 펼치며 세이브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두 번째 등판 내용은 좋지 않았다. 2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서 2⅓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피안타 5개를 허용하고 3실점했다. 이후 DFA 처리되면서 방출 수순을 밟는다. 켈리는 트리플A로 복귀하거나 자유계약선수(FA) 선언 후 다른 팀과 계약해야 한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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