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자컵 개막] 박지수·박지현 떠난 ‘여제’의 자리… 전초전 시작된다

우리은행 김단비가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자리를 비운 ‘여제’의 자리, 새 아이콘을 기다린다.

 

여자농구 ‘박신자컵’이 주목 받는 이유는 새 시즌을 앞두고 펼쳐지는 전초전 성격이 띄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부터 일본 등 해외 리그 소속 프로팀을 초청하며 국제대회로 격상, 각 구단의 객관적인 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로도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번 박신자컵에서는 눈길을 끄는 이유는 농구 여제를 자리를 누가 각인시킬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WKBL리그의 ‘쌍벽’으로 불리는 박지수와 박지현이 해외 리그로 진출하면서 여제의 자리를 비어있는 상태다.

 

WKBL 관계자는 “각 팀 에이스들은 최근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사전 예선 대회를 마무리하고 이제야 각 소속팀에 복귀했다. 이에 박신자컵 초반에는 휴식이 필요하다. 다만 대회 막바지에는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의 활약 여부도 박신자컵의 관전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사라진 별들

 

새 시즌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굵직한 스타들의 해외 진출 러시가 이어졌기 때문. 통산 4번째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사상 첫 8관왕 대업을 작성한 KB국민은행 박지수는 튀르키예의 갈라타사라이 SK로 향했다. 

 

우리은행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함께한 리그 최고 가드 박지현은 호주리그 뱅크스타운 브루인스와 3개월 단기 계약으로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이달 초에는 뉴질랜드리그 토코마나와 퀸즈와 계약을 마쳤다. 이후 다시 유럽리그 진출을 타진한다.

 

일각에서는 리그 스타 부재를 우려하지만, 시선을 틀면 누군가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새로운 리그 에이스 타이틀을 둔 쟁탈전, 흥미로운 무한 경쟁이 예고됐다.

 

◆홀로서기 ‘퀸단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역시 우리은행의 김단비다. 2007년 데뷔해 15년 동안 신한은행 유니폼만을 입었지만,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전격 이적을 택한 우리은행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해 팀 통합우승과 함께 데뷔 첫 통합 MVP를 따내며 날아올랐다. 지난 시즌도 챔프전 MVP에 닿아 2연패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박지수라는 라이벌이 사라진 지금이 다시 리그를 호령할 기회다.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우리은행은 박지현을 포함해 박혜진, 나윤정, 최이샘까지 모두 자유계약선수(FA)으로 이탈하면서 주전 5명 중 4명이 사라졌다. 완전히 새롭게 짜인 판 속에서 김단비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박신자컵이 그 출발점이다. 

 

든든한 동료였던 박지수의 이탈로 다시 한 번 홀로서기에 나선 강이슬(KB국민은행)도 주목해야 한다. 공황장애 여파로 전력에서 이탈한 2022∼2023시즌 추락을 경험했던 강이슬이기에 ‘이번에는 다르다‘를 외치며 시즌 준비에 열을 올린다.

이해란이 MIP를 수상한 후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영건의 역습

 

2000년생 박지현의 빈자리, 다른 젊은 피들이 메운다. ‘슈퍼소닉’ 이소희(BNK 썸)는 동갑내기 박지현과 여자농구 세대교체 중심에 선 가드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정확한 슈팅이 장점이다. 월드컵 사전 예선 4강 몬테네그로전에서는 3점슛 5개 포함 23점을 터뜨리며 국제 경쟁력도 입증했다. 올라온 자신감과 함께 이번 박신자컵을 시작으로 BNK의 사상 첫 우승을 향해 달려간다.

 

삼성생명의 영건 듀오도 있다. 2021∼2022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2003년생 이해란은 리그 대표 유망주다. 직전 시즌 28경기 평균 13.4점 6.4리바운드로 단숨에 팀 핵심으로 거듭나 정규시즌 기량발전상(MIP)까지 품었다. 2년 전 박신자컵에서 MVP를 받았던 좋은 기억을 안고 다음 도약을 겨냥한다.

삼성생명 키아나 스미스가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미국 혼혈의 키아나는 2022∼2023시즌 드래프트 1순위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직전 시즌 신인왕으로 명성을 입증했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특별 귀화까지 추진 중인 라이징 스타다. 출전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시즌 종료 후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던 키아나는 최근 팀에 합류했다. 몸 상태를 점검한 후 출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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