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스윕’ 이끈 구자욱의 포효… 삼성의 질주는 계속된다

삼성 구자욱이 29일 키움전에서 11회초 결승 솔로포를 때리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팽팽했던 고무줄, 구자욱이 끊었다.

 

프로야구 삼성은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팀간 14차전 맞대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0 신승을 거뒀다. 기분 좋은 시리즈 스윕과 함께 4연승을 내달리며 시즌 69승(2무54패)을 신고했다. 이날 KIA가 광주에서 SSG에 4-10으로 패하면서 선두와의 격차는 4.5경기로 줄었다. 3위 LG도 잠실에서 KT에 4-8로 역전패 하면서 두 팀의 격차는 4경기로 벌어졌다.

 

양 팀 투수진의 연이은 호투 릴레이로 ‘0’의 행진이 끊이지 않았던 고척이다. 삼성은 황동재(5⅔이닝 무실점)를 잇는 오승환(1⅓이닝)-최지광(2이닝)이 정규이닝 아웃카운트 27개를 가뿐히 챙겼다. 키움도 선발 하영민(6이닝)에 이어 김연주-김동욱-주승우로 이어진 불펜이 정규이닝을 무실점으로 정리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살 떨리는 0-0 연장전. 해결사를 절실하게 기다리던 그때, 사자군단 ‘캡틴’ 구자욱이 손을 들었다. 3회 홈에서 원성준의 보살에 저격된 아쉬운 주루사를 가슴에 안고 11회초에 힘차게 포효했다. 키움 6번째 투수 이명종을 맞아 선두타자로 나섰다. 2B2S에서 높은 체인지업을 거침없이 잡아당겼다. 맞자마자 홈런이 직감된 이 타구는 115m를 날아 우측 외야 관중석에 박혔고, 삼성 팬들의 환호성이 그라운드를 감쌌다.

 

이틀 연속 홈런이다. 전날(28일) 4회초에 리드를 더하는 투런포를 터뜨리며 2021년 22홈런을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23개)을 만들었던 그는 기세 그대로 이날 결정적인 24번째 홈런까지 일궜다. 이어진 11회말 김재윤의 1이닝 무실점 세이브로 이 홈런의 가치는 더 치솟았다.

 

구자욱은 “선두타자라 무조건 안타 쳐서 나간다는 생각이었는데 운 좋게 공이 맞아줬다”고 멋쩍게 웃었다. 앞선 주루사가 마음에 걸렸던 탓이다. 그는 “투수들이 너무 잘 던져줬는데, 타자들이 점수를 못 냈다. 저도 홈에서 죽어서 (황)동재한테 미안했다. 보이지 않는 미스가 있었다”며 아쉬웠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짐을 훌훌 턴 한방이었다. 현저히 늘어난 장타 비결을 묻자 그는 “이진영, 배영섭 코치님이 편안한 이야기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말을 많이 해주신다”며 “하루하루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재미있게 보내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오늘 못해도 내일 할 수 있고, 오늘 잘해도 내일 못 할 수 있는 게 야구라는 마음가짐이다”고 달라진 멘탈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내심 30홈런 고지를 바라볼 상황이지만, 정작 본인은 초연하다. 그는 “충분히 많이 쳤다. (올 시즌에) 10개만 치고 싶었는데 이미 쳤다. 홈런 욕심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로지 팀 승리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팀이 홈런 1위를 하고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항상 많이 이기는 팀이 강팀이라 생각한다. 홈런보다 승리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15경기 11승4패로 기세를 한껏 올린 삼성은 홈으로 돌아가 오는 31일부터 선두 KIA와 주말 2연전을 갖는다. 구자욱은 “KIA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다 똑같은 한 경기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게 삼성의 모습”이라며 이 흐름 그대로 최선을 다한 승부를 예고했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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