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나와 음악으로 성공할 거야!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일단은 가난한 뮤지션이 됐습니다(웃음). 안녕하세요,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고세정입니다.”
최근 첫 정규앨범 ‘보통의용기’를 발매한 고세정은 자신을 ‘본래의 나를 보여주는 음악을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했다.
고세정은 2008년부터 음악인의 삶을 시작했다. 제일모직 브랜드팀을 뛰쳐 나와 과감히 결정한 케이스다. 10여년 전에 비해 삶도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평일 오후 4시까지 사무직 업무를 보고, 보컬 레슨에 나선다. 공연이 있는 날에는 공연장으로 향한다.
보컬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한 고세정은 우연히 곡을 써보며 재미를 느끼게 됐다.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하게 된 이유다. 고세정은 “처음엔 음악하는 사람은 음악만 해야 한다는 자존심이 있었다. 그런데 앨범을 내려면 돈이 필요하더라”고 웃었다. 이번에 발매한 정규 1집도 3년간의 적금을 털어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안정적인 둥지를 뛰쳐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 인생을 결정지은 중요한 사건 중 하나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였다. 큰 충격을 받았고 무작정 한국을 떠났다. 수많은 나라를 다니며 ‘세상의 넓이와 다양성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음악을 계속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고세정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음악세계를 펼쳐나가고 있다. 그는 “리드미컬한 음악을 상당히 좋아한다. 락, 재즈, 팝, 케이팝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며 “장르를 구분하기보다 정서와 끌림, 사운드가 중요하게 느껴진다. 하나의 뿌리와 줄기는 있겠지만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싶다. 사람을 보더라도 한 면만 보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모든 장르를 ‘올라운더’로 넘나드는 게 콤플렉스였다. 고세정은 “과거 공연을 하면서도 ‘홍대와 어울리는 음악이 아니다’, ‘팝 사운드는 차라리 이태원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홍대를 떠나지 않았다. 고세정은 “홍대가 좋다. 열린 마음, 자유로운 곳이 아니었나”며 “2010년대의 홍대 문화를 너무 사랑했다. 악기를 메고 클럽공연을 다녔을 때 마주치는 동료 뮤지션의 눈빛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첫 정규앨범 제목을 ‘보통의 용기’로 정하게 된 계기에 관해 물었다. 고세정은 “하루하루는 소소한 용기로 이뤄진다. 드라마틱한 순간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용기는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이어 “보통의 사람인 제가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됐다. 20대 시절 음악을 처음 했을 때 ‘나는 특별하고, 잘 돼야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나는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을 수 있겠구나. 보통의 사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고세정의 첫 정규 앨범에는 여행하고, 사랑하고, 서로 웃기도 울기도 하고, 상실을 경험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노래들을 들을시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공감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타이틀곡은 ‘우리의 이야기’다. 그는 “초봄에 쓴 곡이다. 누구나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것도 안다. 겨울이 꼭 시련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지만 봄이 온다는 것을 반드시 아는 것처럼, 인생이 계절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울다가 웃다가 반복되듯 계절도 그렇다. 시간이 흘러가야만 알 수 있는 일들이 있지 않나. 뻔한 말들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는 것 같다. 뻔한 말의 위로와 희망을 담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서브타이틀곡 ‘저 달이 나를 보고 있네’는 달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쓸쓸함과 슬픔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으려는 마음을 표현했다. 우리에게는 외롭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달은 같이 있었고 영원히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고세정은 “이 곡은 윈터플레이의 기타리스트 SAZA최우준님이 연주했다. 몽환적인, 압도적인 기타연주와 이를 따라가는 보컬의 감정선이 나름 매력적”이라고 웃었다.
고세정은 이후에도 다양한 장소에서 꾸준히 공연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현재 발매하지 않은 곡이 있는데 제작비가 모아지는대로 싱글을 내고 싶다. 장르는 일렉트로닉한 사운드가 가미된 팝”이라며 “다시 적금해서 2집도 내고 싶다(웃음)”고 말했다. 고세정의 음악은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용기와 희망을 담고 있다.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따뜻함과 위로를 느낄 수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